승객 때려 징역형 전력 택시기사, 여성손님 또 폭행해 실형
7차례 처벌 전력…'승객 폭행' 자격제한 요건 아니어서 계속 운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운전 중 승객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택시기사는 과거에도 승객 폭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나 제도적 미비로 계속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배모(65)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배씨는 지난해 5월 28일 오후 10시께 택시를 몰고 서울 은평구 한 도로를 지나다 여성 승객 A씨의 팔을 비틀고 얼굴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씨는 A씨가 택시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항의하자 택시를 세우지 않고 운행하면서 말다툼하다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씨는 재판에서 A씨를 폭행한 적 없고 오히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왜소한 체격의 젊은 여성이어서 훨씬 덩치가 큰 피고인을 폭행했다고 믿기 어렵다"며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피해자와 목격자 진술과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택시기사가 승객을 폭행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다수의 폭력 전과가 있고 폭력적 성향이 매우 강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씨는 2011년 이후에만 상해, 폭행 등으로 7차례 벌금형 등 처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택시 운행 중 승객을 폭행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살인, 성범죄, 강·절도, 마약범죄, 뺑소니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기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 법률 위반 혐의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최장 20년간 자격 취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승객 폭행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명시된 자격정지·취소 요건이 아니어서 자치단체가 택시기사 자격을 박탈할 근거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청을 통해 기사들의 범죄 경력을 조회하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포함된 법률 위반이 아니라면 조회 자체가 안 된다"면서 "승객을 폭행했는지를 범죄 경력 조회로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승객 폭행이 바로 기사 자격 박탈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승객이 '승차거부·부당요금' 민원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자격을 취소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다"면서 "승객 폭행의 경우 장기간 자격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법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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