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젊은층 '성병' 심상찮다…"노인은 걱정수준 아냐"
8년새 20·30대 임질 1.3배↑, 클라미디아 3.5배↑
1개월 1∼2회 성생활 노인 28.5%… 80대도 13.4%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한때 도심 공원을 자주 찾는 노인들의 성병 감염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적이 있다. 주로 남성 노인에게 접근해 피로회복제를 권하며 성매매를 유도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공원을 찾는 노인들의 성병 유병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요즘 들어서는 노인보다는 10대 후반부터 20·30대 젊은 층의 성병이 급증하는 추세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노인 28.5%, 1개월에 1∼2회 성관계…성병 감염률은 낮은 편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비뇨기과 이승주 교수팀이 비뇨기과학 국제학술지(Investigative and Clinical Urology)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도심 공원에서 성매매에 노출된 적이 있는 60∼91세 노인 139명을 대상으로 소변검사(PCR)를 시행한 결과 1명(0.7%)에서만 성병균(Mycoplasma Genitalium)이 검출됐다.
이는 성매매에 노출된 적이 없는 같은 연령대의 대조군 노인 208명 중 1명(0.4%)에서 성병균(Chlamydia trachomatis)이 검출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물론 공원을 찾는 노인들은 성매매에 의한 성병 감염 우려가 큰 편이었다. 공원에서 연구팀의 인터뷰에 응한 남성 노인 56명 중 성관계 파트너가 2명 이상인 경우는 17명(30.3%)에 달했다. 반면 대조군 남성 노인에서는 이런 비율이 9.1%(8명)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에서는 노인들의 활발한 성생활도 확인됐다.
조사에 참여한 노인 337명 중 28.5%가 1개월에 1∼2회 성생활을 한다고 답했고, 6.2%는 3개월에 1∼2회라고 응답했다. 주목되는 건 81세 이상 고령층 52명 중에서도 1개월에 1∼2회 성생활을 하는 비율이 13.4%(7명)로 낮지 않았다는 점이다.
◇ 전체 성병 유병률 급증…8년새 임질 1.3배↑, 클리미디아 3.5배↑
노인들의 이런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성병은 전체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통계를 보면, 대표적인 성병인 임질의 경우 2010년만 해도 신고 건수가 1천816건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2천361건으로 1.3배 증가했다. 또 다른 성병인 클라미디아는 2010년 2천984건에서 2018년 1만606건으로 3.55배나 급증했다.
이들 성병은 20∼30대 젊은 층에서 유병률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지난해의 경우 임질은 20대, 30대 유병률이 각각 전체의 40.3%, 25.6%를 차지했다. 클라미디아도 20대, 30대가 각각 49.1%, 23.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해 60세 이상 노인들의 성병 유병률은 각각 임질 2.1%, 클리미디아 1.4%였다. 8년 전에 견줘 1% 남짓 증가했지만,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평균 유병률은 늘지 않은 셈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성병 증가세는 성 매개 감염 치료에 드는 1인당 평균 요양급여비용에서도 확인된다.
연구팀이 2010∼2017년 사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질은 2010년 1인당 평균 요양급여비용이 3만9천원에 머물렀지만 2017년에는 8만3천원으로 두배 이상(109.3%) 급증했다.
클라미디아 역시 2010년 1인당 3만4천원에서 5만8천원으로 72.8% 증가했다. 조기매독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는데, 2010년 1인당 6만원에서 2017년에는 1인당 10만7천원으로 77.6% 늘었다.
연구팀은 이처럼 성병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10대 후반, 20∼30대 젊은 층의 성병 유병률 증가와 더불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성병균의 내성 문제를 꼽았다.
◇ 성병, 예방이 최선…"감염돼도 치료 두려워 말아야"
성병은 조기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이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성매개 감시체계를 운영 중인 전문의들은 성병에 걸리기 쉬운 조건으로 ▲ 1년 평균 2명 이상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진 사람 ▲ 평생 3명 이상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진 사람 ▲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 ▲ 생식기 증상이 있거나 성병에 걸린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진 사람 ▲ 매춘부와 관계를 가진 사람 ▲ 과거 성병 증상을 경험하거나 성병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 ▲ 최근에 새로운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진 사람 ▲ 아주 어릴 적부터 성관계를 시작한 사람 ▲ 평생 한 번도 성병 검사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을 꼽는다.
또 성적으로 왕성한 사람이라면 ▲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성병 검사를 할 것 ▲ 의심증상을 알아두고, 증상이 가볍게라도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을 것 ▲ 생리 중에는 HIV(에이즈) 감염 전파력과 감수성이 더 커지는 만큼 성관계를 피할 것 ▲ 항문 성교를 피하고 콘돔을 쓸 것 ▲ 질 내의 정상 세균총을 제거해 세균 감염에 대한 방어 능력을 떨어뜨리는 질 세척을 하지 말 것 등을 권고한다.
이미 성병으로 진단받은 사람들도 알아야 할 수칙이 있다.
▲ 최근 성관계를 가졌던 모든 파트너에게 알리고, 그들도 성병 감염 여부를 확인해보도록 권할 것 ▲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끝까지 먹고, 성병이 완벽히 치료됐는지 반드시 확인할 것 ▲ 성병으로 치료받는 동안에는 모든 성적 활동을 중단할 것 ▲ 산모의 경우 영아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반드시 치료할 것 ▲ 모유 수유로 성병이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상담 후 일반 분유 대체 여부를 결정할 것 등이다.
성빈센트병원 비뇨기과 이승주 교수는 "최근 들어 성병 조사가 노년층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오히려 그사이 젊은 층에서 성병이 급증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대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일반인들은 성병에 걸렸을 때 너무 놀라거나 어쩔 줄 몰라서 도움을 청하거나 정보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성병은 조기에 치료하거나 성 파트너와 같이 치료할수록 더 쉽게 치료되는 만큼 치료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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