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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마법의 전술노트'서 시작된 정정용호 새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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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마법의 전술노트'서 시작된 정정용호 새역사
작년 AFC 대회서 선수들에게 포메이션, 세트피스 등 전술 담은 노트 나눠줘
선수들 "시험공부 하듯이 숙지…이번 대회서 많은 도움"




(우치[폴란드]=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정정용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막을 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선수들에게 노트 한 권씩을 나눠줬다.
제본을 한 형태로 어른 손가락 하나 정도 두께의 노트에는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 세트피스, 측면에서의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선수들이 팀 전술을 숙지해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이 노트가 약 7개월 뒤 한국축구의 미래들이 폴란드에서 역사를 새로 쓰는 바탕이 됐다. 미드필더 고재현(대구FC)은 이를 '마법의 전술 노트'라고 불렀다.
정정용호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 U-20 폴란드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후 정 감독은 "우리가 해야 할 포메이션들을 전술 노트를 통해 선수들이 이해하게 했다"면서 지난해 선수들에게 전술 노트를 나눠줬던 것을 언급했다.
대표팀이 우크라이나와 대망을 결승전을 치를 우치에서 14일 회복훈련을 하기 전 만난 선수들은 전술 노트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고재현은 "지난해 대회 때 감독님이 전술 노트를 나눠주고 실험을 해보셨다. 경기장에서 관중도 많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포메이션에 따라 각자의 위치가 설명돼 있다"면서 "그 노트를 매일 방에서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월드컵 준비할 때와 실전에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고재현에 따르면 전술 노트에는 서너 가지 정도 포메이션에 세트피스와 관련한 부분도 있고, 선수 각자의 위치와 전술, 선수별 역할 등도 들어 있다. 일지를 쓸 수 있게 뒷장에 공간도 있다.
고재현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움직이라는 글과 그림도 함께 있었다"면서 "감독님이 우리를 얼마나 생각하시는지, 이번 대회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장난식으로 '(공부를) 안 해 오면 혼난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우리가 오히려 '자료를 더 달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라고도 전했다.
전술 노트에 담긴 내용이 이번 대회에서 실제로 얼마나 적용됐느냐는 물음에 고재현은 "거의 다 써먹었다"고 답했다.
그는 "코너킥 옵션이 정말 많았는데 오히려 너무 많아서 헷갈리니까 세 가지 정도만 뽑아서 활용했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고재현은 "거의 마법의 노트다"라면서 "전술 노트 덕에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미드필더 김세윤(대전)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인도네시아 대회 때 전술도 쓰는 등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술 노트는 세부화돼 있다. 풀백이 나가면 미드필더가 좁히고 이런 식이다"라면서 "선수들도 이 포메이션이 헷갈린다 싶으면 전술 노트를 보고 공부한다. 중요한 부분은 밑줄 치고, 시험공부 하듯이 한다"고 선수들이 노트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면서 "분석관 선생님들이 다 해 주신 거다. 라인이나 간격, 사이드에 볼이 갔을 때 포워드 움직임, 그런 게 다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고 전술 노트의 효과를 설명했다.

정 감독은 지난해 AFC 챔피언십이 끝나고는 전술 노트를 거둬들였다. 이번 대회에는 전술 노트를 다시 나눠주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고재현은 "전술적으로는 2년 전부터 준비가 돼 있었다"면서 "감독님이 나름대로 생각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스리백과 포백, 두 기본적인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경기 중에도 수비 시에는 파이브 백, 공격 시에는 포백 등으로 포메이션을 수시로 바꾸기도 했고 경기 상황과 상대 대응 등에 따라 선수 교체와 포메이션 변형 등으로 다양한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어린 선수들로서는 전술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정 감독의 의중을 정확하게 꿰뚫고 그대로 그라운드에서 표출해냈다.
정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하고자 했던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말을 자주 했을 정도도 선수들은 전술 이해도가 높았다. 이 모두가 마법의 전술 노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hosu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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