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사태 속 "나는 중국인 아닌 홍콩인" 유학생 글 논란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은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고 밝힌 한 유학생의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의 에머슨대에 재학 중인 프랜시스 후이는 지난 4월 교내 학생신문에 "나는 중국이 아닌 홍콩 출신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후이가 출신 지역을 묻는 버스 옆자리 승객의 질문에 '홍콩에서 왔다'고 답했다가, "당신은 중국인이다. 정체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훈계'를 들었던 경험 등이 반영돼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교내 신문 기사는 클릭 수가 20~40회에 불과하지만, 후이의 글은 지난달까지 수천 명이 읽고 댓글도 수백개가 달렸다.
홍콩, 대만 등에서 온 유학생들은 이 글에 격려와 응원을 보냈지만, 중국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학생들이 후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신이 부끄럽다", "부모님이 당신을 부끄러워할 것"이라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고 전했다.
한 중국 학생은 후이의 페이스북 주소를 공개하면서 "누구든 위대한 조국 중국에 반대하는 자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처단해야 한다"는 댓글을 쓰기도 했다는 것이다.
후이는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물리적으로 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공포에 질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2047년까지 홍콩의 자체적인 정치·사법·경제 시스템을 인정하는 등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2014년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4월 '우산 혁명' 지도자 9명에게 최대 1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최근에는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새로운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둘러싸고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반대 집회가 열렸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불안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 야당 등은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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