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이란 '중재외교'에 비관론…日정부 "중재 의도 아냐" 발뺌
日언론 "이란의 '원유금수 해제' 요구 美 받아들일 가능성 낮아"
日정부, 기대감 낮추며 역풍 방지 나서…'선거용 퍼포먼스' 비판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해 현지 지도자들을 잇달아 만나며 미국-이란 간 중재 외교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행보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일본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미국-이란 간 중재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며 발을 빼는 등 이란 방문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날(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금지 제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미국 측에 전달해 달라고 아베 총리에게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미국 정부가 이런 이란 측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란은 앞서 오만 등 이웃 국가에 '미국이 원유 금수를 중단하면 대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말을 미국측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는 아베 총리에게도 이런 의견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란에 대해 압력 노선을 걷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란 내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이 '제2의 닛쇼마루(日章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아베 총리가 이란에 대해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향을 전달하고 올 뿐이라면 중개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닛쇼마루는 이란이 석유 시설 국유화 조치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돼있던 1953년 일본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란의 원유를 수입할 때 원유를 실었던 일본 유조선이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원유금수는 미국의 대이란 압력 캠페인의 핵심이어서 바로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대해 이란 내에서 기대감과 함께 냉소적인 시선이 존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 아베 총리가 와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 테헤란 시민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 중재 외교의 성과에 대한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것이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미국과 이란 간 중재를 의도하고 이란을 방문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기대치 낮추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중재 외교가 애초부터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적었던 만큼 일본 내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을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로 보는 시각이 많다.
러시아와의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해 머쓱해진 아베 총리가 이란 방문을 자국의 유권자들에게 적극 알리며 올해 여름 참의원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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