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잡는 식충식물, 도롱뇽도 '꿀꺽'…척추동물 포식 첫 확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캐나다에 서식하는 식충식물이 도롱뇽을 잡아먹는다는 증거가 학계에 보고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캐나다 겔프 대학의 생물학자들은 온타리오주의 알곤킨 국립공원에서 북부 낭상엽 식물이 새끼 도롱뇽을 잡아먹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과학 저널 '이콜로지'((Ecology)를 통해 발표했다.
캐나다의 대부분과 미국 동부 지역의 습지에서 자라는 북부 낭상엽 식물은 주로 거미와 작은 곤충 등 무척추 동물을 먹이로 삼고 있지만 도롱뇽과 같은 척추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겔프 대학 생물학과의 알렉스 스미스 교수는 학생들을 데리고 알곤킨 공원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다 우연히 낭상엽 식물의 포충낭 내부에서 새끼 도롱뇽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스미스 교수는 토론토 대학 박사과정에서 재학중인 이 공원의 도롱뇽 전문가 패트릭 몰다운과 논의한 뒤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주변을 계속 살폈고 결국 20% 정도의 낭상엽 식물에서도 최소한 1마리의 새끼 도롱뇽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발견은 식충식물이 섭취하는 먹이의 범위를 크게 넓혀준 것은 물론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낭상엽 식물과 도롱뇽 사이에 치명적인 관계가 존재함을 발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은 새끼 도롱뇽이 어떻게 식충 식물에게 잡아먹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가설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 가지 가설은 도롱뇽이 실수로 포충낭 안으로 떨어져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식충 식물은 도롱뇽을 소화할 효소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두 사람이 관찰한 결과, 포충낭 안에 빠진 도롱뇽이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스미스 교수는 "언젠가는 습지를 찾는 일반인들을 위한 해설 팸플릿에 '산책로를 벗어나지 말고 아이들을 살피세요. 척추동물을 먹는 식물이 있어요'라는 문구가 들어갈 날을 상상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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