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사상 강릉 수소폭발 사고 20일째…원인 규명 장기화 조짐
합동 감식만 6차례·20여 명 참고인 조사…국과수 감정 결과 상당한 시일 소요
(강릉=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8명의 사상자가 난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공장의 수소탱크 폭발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한 합동 감식을 최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정밀 분석에 나섰다고 11일 밝혔다.
지난달 23일 사고 발생 이후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합동 감식은 모두 6차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20여 명이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의 합동 감식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등을 토대로 원인 분석에 나섰지만,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사고 당시 7∼8㎞ 떨어진 곳에서도 굉음이 들리고, 100여m 떨어진 건물이 초토화될 정도로 큰 폭발력으로 현장이 심하게 훼손됐다.
이 때문에 잔해물 수거에만 이미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고, 사고와 관련해 의미 있는 증거물 확보도 쉽지 않았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를 통해 얻은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신기술의 실증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다 보니 공정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복잡한 검증도 거쳐야 한다.
또 이 사업에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탓에 사고 원인을 둘러싼 책임 소재를 놓고 시시비비가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사고를 둘러싼 원인 분석도 각양각색이다.
'내부 압력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거론하는 일각에서는 수소 저장 탱크의 부실시공, 압축기 이상 여부, 산소 등 이물질 유입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번 폭발사고는 수소를 저장하는 3기의 탱크에서 발생했는데, 이 중 1기는 0.7MPa(약 6기압)의 저압 탱크이고, 나머지 2기는 1.2MPa(약 10기압)의 고압 탱크로 알려졌다.
1기당 4만ℓ를 저장하는 대용량 탱크이기 때문에 수소 자동차에 사용되는 '탄소 섬유'가 아닌 강판을 용접으로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는 이음매가 있어 상대적으로 폭발에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산소 등 이물질 유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전해로 얻은 수소를 저장 탱크에 보관했다가 압축기를 거쳐 연료전지에 공급해 전기를 생산하는 공정 중 수소 저장 탱크에 산소 등 이물질 유입 가능성으로 폭발했다는 견해다.
일부 전문가는 산소 등 이물질이 유입됐더라도 화염(불꽃)이 없다면 이번처럼 대형 폭발사고를 이어질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이중희(59) 전북대 bin 융합공학과 교수 겸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학회장은 "화염이 없으면 이번처럼 대형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며 "촉매를 이용한 공정 등 전반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며 "원인을 둘러싼 의견이 많은 만큼 모든 공정에 면밀한 검증이 불가피해 정밀 감정 결과가 도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오후 6시 22분께 강릉시 대전동 강릉과학산업단지 내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 1공장 옆 수소 저장 탱크 폭발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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