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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봉준호를 애타게 찾았던 '봉준호 키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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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봉준호를 애타게 찾았던 '봉준호 키즈를 찾아서'
단편영화 '봉준호를 찾아서'의 당시 고교생 감독 정하림씨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그가 나온다는 강연에 참석을 신청하고 탈락하자 그를 알만한 이라면 누구에게나 무차별 메시지를 보냈다. 그를 꼭 한 번만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줄 수 없느냐고. 수없이 퇴짜를 맞다 무작정 찾아간다, 그가 종종 나타난다는 카페로.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2015년 발표된 '봉준호를 찾아서'는 봉준호 감독을 '미치도록 잡고(만나고) 싶었'던 영화감독 지망생의 막막하고도 절절한 여정을 담은 단편영화다.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영상연출과에 재학 중이던 정하림(당시 18세) 감독이 자신의 '우상'인 봉 감독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청소년경쟁 부문 등에 진출하는 등 발표 당시에도 나름 주목받았다.
최근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이 작품이 SNS 등에서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봉준호를 찾아서'를 연출한 정하림 감독에게 봉 감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모습을 본 소감과 최근의 근황 등에 대해 이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물어봤다.
정하림 감독은 영화인의 꿈을 꾸준히 좇는 중이었다. 중앙대 영화학과에 진학해 영화 공부와 단편영화 연출 등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아직 개봉되지 않은 장편 독립영화의 촬영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 자신만의 단편작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저도 '기생충'처럼 계급 문제를 다뤄보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장르는 서부극으로 하려고요. 조금 독특할 수 있지만 한국적 서부극으로 계급을 그려볼까 구상하는 중이에요."
하고 많은 영화감독 중에 왜 하필 봉준호를 찾아다녔냐는 질문에 "당시 2000년대 초 한국영화에 빠져서 자연스럽게 봉 감독 영화를 많이 보게 된 것 같아요. 학교 다큐멘터리 수업을 받으며 단편을 찍은 건데 사실 처음엔 다른 주제를 잡고 있었어요. (주제 선정) 마감날 아버지가 집에서 영화 '괴물'을 보고 계시길래 저도 따라 보다가 '진짜 재미있다. 감독을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못 만날 건 또 뭐야?'라는 생각이 들자 주제를 바꿔 버렸죠"라고 설명했다.
"고3 진학을 앞두고 영화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어요. 제가 보기에 최고의 롤모델인 인물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까, 영화 인생에 고민은 없을까 들어보고 싶었던 거죠."
이러한 절절한 마음은 정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 도입부에 잘 묘사돼 있다. "우리는 훌륭한 영화인이 되고 싶다. (중략) 하지만 현실은 어두웠다. 부모님의 반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해졌고 TV는 우리에게 영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왜 영화가 하고 싶었는지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봤고 접점을 찾아냈다. 그분이라면 우리에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시지 않을까?"

그러나 '그분'을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1분 분량의 영화에 자세하게 묘사돼 있지만 소속사도 없고 SNS 활동도 안 하는 봉 감독과 연락해 만나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에 가까웠다. 그의 영화에 나온 배우, 스태프, 그가 나온 학교 교수 할 것 없이 봉 감독을 알만한 모든 인물의 SNS와 공개된 연락처를 뒤져 SOS를 청했다. 자그마치 30명에게 '미안한데 도와주긴 힘들다'는 거절을 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종종 온다는 서점, 만화방, 카페를 전전하다 드디어 영화잡지 편집장이 귀띔해 준 한 카페에서 기적처럼 봉 감독을 실제로 만나는 데 성공하고 인터뷰까지 따낸다.
정하림 감독은 "최근에 당시 봉 감독을 인터뷰한 전체 영상을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그때는 와닿지 않았던 감독의 말이 지금은 와닿더라고요"라고 했다. 봉 감독은 후배에게 "영화 일 대부분이 힘들다고 보면 된다.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다. 내 부모님도 월급쟁이 생활을 추천하기도 했다"면서 영화 일을 생업으로 삼는 게 얼마나 힘든지 강조한다. 정 감독은 18살이던 당시는 이 이야기를 그저 웃으며 들었지만 영화인의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지금은 조금 더 공감된다고 했다.

그에게 '겁'을 준 것은 봉 감독만이 아니었다. 고교생의 '치기' 어린 도전을 높이 사며 봉 감독과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해 주었던 '기생충'의 홍경표 촬영감독 역시 '봉준호를 찾아서'에 출연해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우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면서 이 일을 한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은 그러면서도 "나는 너희처럼 이렇게 대시하는(들이대는) 게 좋은 거다. 대시하면 사람은 뭐든지 다 된다. 봉준호? 계속 두드려라. 겁을 안 내는 게 중요하다"고 독려했다.
선배 영화인들의 현실적 충고와 격려에 힘입어 "앞으로의 계획은 되는 데까지 버텨보기"라고 소개하는 정 감독은 "끝까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이제는 저도 장담할 순 없지만 이왕이면 즐겁게 잘 버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금종려상 수상식 장면을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는 정 감독은 "'기생충'은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를 당하고 봐서 살짝 아쉬웠지만 봉 감독이 영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건지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다. 재미있게 봤다"고 소감을 말했다.
유튜브에 공개돼있던 '봉준호를 찾아서' 영상은 초상권 문제로 현재 비공개로 전환돼 있으나 곧 모자이크 처리를 거쳐 네이버 인디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cs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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