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시문학상에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한국인 첫 수상(종합2보)
"국가 도움 못 받고 죽은 불쌍한 영혼들·아버지 엄마에 영광 드린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시인 김혜순(64)이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시문학상'(The Griffin Poetry Prize)을 받았다.
도서출판 문학과지성사와 문학실험실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표된 올해 그리핀시문학상 국제부문에서 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7일 전했다.
그리핀시문학상을 한국 작가가 받기는 처음이라고 한국문학번역원은 밝혔다. 2008년 고은 시인이 공로상(Lifetime Recognition Awards)을 수상한 적은 있다.
이 문학상은 기업가이자 자선 사업가인 스콧 그리핀이 2000년 창설했다. 국내와 국제 부문 각 1명에 수여하며, 상금은 각 6만5천 캐나다 달러(한화 약 5천750만원)다.
역대 수상자로는 폴 멀둔(2003), 존 애쉬베리(2008) 등이 있고 한국계 미국인 수지 곽 김이 2014년 최종 후보에 올랐다.
문학번역원은 "영어권에서는 최종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캐나다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는 등 큰 영예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죽음의 자서전은 문학실험실에서 2016년 출간된 시집이다. 지난 2015년 시인이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몸이 무너지며 쓰러지는 경험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메르스와 세월호 사태를 비롯한 사회적 비극 속에서 죽음의 시 49편을 '미친 듯' 써서 묶었다.
이를 영역한 한국계 미국인 시인 최돈미 씨도 함께 상을 받았다. 영어 제목은 'Auto biography of death'(2018).
김 시인은 토론토 현지시간 6일 밤 열린 시상식에서 "오늘은 대한민국의 국경일"이라며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간 많은 불쌍한 많은 영혼들에게 이 수상의 영광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와 호스피스 병동에서 병마와 싸우고 계신 우리 엄마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13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을 펴낸 김 시인은 가부장적 논리에 갇힌 여성을 독창적 상상력과 새로운 미학으로 해석해 노래했다.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 가을호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 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시집으로 '죽음의 자서전', '또 다른 별에서', '피어라 돼지',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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