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갉아먹는 대학규제]④ 플립러닝 등 패러다임 혁신 꿈틀
의대생 대상 수술장면 유튜브 생중계, 온라인 동영상 강의 활용
21세기형 상아탑 창조성 혁신 요구…지역에 기여하는 대학으로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일본에서 로봇이 치아를 발치하는 수술에 성공했고 미국에서는 환부를 봉합하는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모두 인공지능(AI)이 결합한 로봇이 나오면서 의사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치의과대 박정철 교수는 4년째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
책이나 필기가 필요 없는 구글 플랫폼을 활용해 플립러닝을 하는 박 교수의 수업은 AI가 등장한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대학혁신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대학 교수법을 혁신하라
플립러닝은 학생들이 먼저 온라인으로 강의를 보고 나서 본 수업에서는 토론 중심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교육방법이다. '거꾸로 학습', '거꾸로 교실'이라는 말로 통한다.
박 교수가 가르치는 치주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박 교수가 직접 제작한 동영상 강의를 먼저 봐야 한다.
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소그룹으로 나눠 토론하면서 심화학습을 한다.
동영상 강의에서 수업 진도에 맞는 지식을 전달한 박 교수는 수업시간에는 학생 개인별로 맞춤형 지도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만 채워준다.
박 교수는 강의 내용을 유튜브에도 올리고 수술장면을 생중계하면서 실시간으로 학생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박 교수는 "동영상 강의는 지하철, 버스, 잠자기 전에도 볼 수 있고 반복이 가능하며 잠시 멈추거나 속도 조절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구글 플랫폼을 이용하면 수업 중에 퀴즈를 내서 곧바로 결과를 볼 수 있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도 5분이면 집계가 되기 때문에 조교 도움이 거의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플립러닝에 참가한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 들은 인강(인터넷 강의) 같은 느낌이 들어 편했다'. '누워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책은 보기 싫은데 동영상 강의를 보고 수업을 해서 좋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2000년생 동영상 교육에 익숙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2000년 이후 출생자에게 책이나 칠판과 같은 전통적인 교수법보다 온라인을 활용한 동영상 교육이 훨씬 효과적이다.
국내 대학에서도 기존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수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동서대는 교수들이 15주 강의를 녹화하고 학생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습하고 학교 강의(오프라인)에서 토론, 발표, 실습하는 OTO(On-Line to Off-Line) 교육을 하고 있다.
창의적 사고와 글쓰기 등 49과목이 온라인을 활용한 수업을 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 MIT 등 유명대학 참여하는 온라인 무료 공개강좌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대학 수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공과목과 관련된 무크 강좌를 수강하고 나서 수업시간에 발표하고 교수는 해당 학생에게 학점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국내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한국형 무크'(K-MOOC) 서비스도 2015년부터 시작해 확대되고 있다.
동서대가 주도해 출범한 '아시아판 무크' GAA(Global Access Asia)도 있다.
아시아대학총장포럼(AUPF) 소속 80여개 대학이 참여해 각 대학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올려 사용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무크 등 온라인 강의는 기존 대학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가치가 있다"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면서 누구나 평등하게 이론과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교육 패러다임 변화
20세기 대학은 지식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상아탑이었다.
AI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교육 전문가들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창조성과 호기심, 혁신을 일으키는 시간과 공간을 대학이 제공해야 한다"며 대학교육의 변화를 주문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올해 초 대학 총장을 만나 "고등교육정책을 만들어 가는 주체는 대학"이라면서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고등교육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지난 시대 유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먼저 (고등교육정책 방향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재정지원을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역사회 기여하는 대학
동명대 지역사회협업센터는 지난해 6월 '내가 사는 곳에 미세먼지 농도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한다'는 시민 욕구를 연구과제로 반영해 우리 동네 미세먼지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주민에게 알려주는 연구사업을 했다.
또 부산 버스 정류장에 빨강, 파랑 노상 등 색깔별로 시내버스 번호를 안내하는 간이구조물과 줄 서는 곳임을 알려주는 신발모양 바닥 디자인을 적용해 줄서기 시민 캠페인을 벌였다.
동명대는 대학 연구실을 개방해 시민이 직접 참여해 함께 문제를 풀고 결과물을 만드는 리빙랩(Living Lab·개방형 실험실)을 정규교과목으로 도입한다.
예를 들어 인문·사회·이공계 학생들이 전공의 벽을 허물고 리빙랩을 활용해 교통혼잡 지역인 부산 수영구 교차로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노성여 동명대 창업교육거점센터장 "지금까지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지역사회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며 "대학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 직접 참여해서 지역에 필요한 인재로 취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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