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신 때 박정희 비난했다 옥살이…47년 만에 재심 '무죄'
"1972년 계엄령, 위헌·위법해 무효…공소사실 범죄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1972년 10월 유신 선포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공공연히 비난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했던 남성에 대해 법원이 47년이 지나서야 재심 절차를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남성은 고인(故人)이 되고 나서야 억울함을 풀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4부(강혁성 부장판사)는 1972년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개월의 형이 확정된 이모(사건 당시 49세)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1972년 10월 18일 서울 성북구 일대 상점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박정희는 집권을 연장하려고 계엄을 선포하고 개헌을 하려고 한다. 죽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비난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10월 31일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항소한 이씨는 이듬해 1월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6개월로 감형받았고, 판결 직후 군법회의 관할관이 이씨의 형량을 3개월로 감형해 형이 확정됐다.
이후 약 47년이 지난 올해 3월 검찰은 해당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북부지법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재판부는 10월 유신 당시 선포된 계엄령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었다"며 "위헌·위법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계엄 포고가 처음부터 위헌이고 무효인 이상, 이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한 이씨의 공소사실 또한 범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원심은 유죄를 선고한 잘못이 있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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