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사유지서 불법 의료폐기물 300t 보관 창고 적발
시민단체가 영남에서만 6번째 발견 '환경 당국 무관심' 비난
환경청 "소각물량 포화…적발 폐기물 우선 소각 협의하겠다"
(문경=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불법 의료폐기물이 최소 300t은 쌓여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 당국의 무관심 속에 영남권에서 불법 의료폐기물 보관 창고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환경의 날인 5일 오후 경북 문경시 공평동 한 장례식장 뒤 가정집 사유지에서 높이 약 6m, 면적 560㎡(170평) 규모 불법 의료폐기물 보관 창고가 발견됐다.
창고 문을 열자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온갖 의료폐기물이 쌓여있고 코를 찌르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상자와 플라스틱 통에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개포, 경북 성주·문경 등 전국 병원에서 배출한 위해 의료폐기물이 가득 들어있었다.
법에 따라 위해(격리) 의료폐기물은 병원에서 배출한 지 이틀 안에, 일반은 닷새 안에 소각·처리해야 한다.
사유지 주인은 "지인이 부탁해서 지난 여름부터 상자들을 보관했다"며 "불법 의료폐기물인 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의료폐기물 소각업체 아림 환경의 불법 창고는 최근 두 달 새 영남지역에서만 6번째 발견됐다. 운송업체가 자진 신고한 건까지 포함하면 7번째다.
지난 3∼4월 경북 고령군, 지난 5월 대구 달성군, 경남 통영·김해시에서 불법 의료폐기물 1천t 이상이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지난달 경남 김해에서 발견된 창고는 부산시 의사회장이 직접 대표 회사가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창고는 모두 대구지방환경청이나 낙동강유역 환경청이 아닌 시민단체 아림환경반대대책위원회가 찾아냈다.
환경 당국 조사에서는 이 폐기물들이 국가 전산망 환경공단 올바로 시스템(RFID)상 이미 소각했다고 거짓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환경 당국이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불법 행위가 벌어졌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안후근 대구지방환경청 환경관리과 팀장은 "전국 13개 소각업체 처리물량은 이미 117%로 과포화 상태"라며 "적발한 불법 의료폐기물을 우선 소각할 수 있도록 환경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석원 아림환경반대대책위원장은 "환경 당국이 방치하고 있는 동안 주민이 생명을 담보로 직접 보관 창고를 찾아내고 있다"며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연이은 불법 보관창고 적발에 운송업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소각업체와 갑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경남지역 운송업체 한 관계자는 "아림환경에 소각 비용을 치렀는데도 용량 한계상 처리가 어렵다며 운송업체가 사실상 강제 보관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아림환경은 경북 고령 다산면에서 일일 소각량 55.2t 규모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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