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영국적인 디자이너'의 모든 것, 한자리서 보다
DDP서 대규모 회고전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개막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수직 런던디자인미술관장 방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저 옷을 만들고 있었죠. 그러나 시간이 점차 흘러, 이제 거장이 된 모습을 보니 매우 기쁩니다."
데얀 수직(66) 런던디자인미술관 관장이 가리킨 이는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73). 수직은 스미스 양복점에서 자신의 첫 정장을 샀다. 이후 수십년간 우정을 이어온 두 사람은 이제 각각 유명 건축·디자인 이론가와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됐다.
두 사람은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함께 찾았다. 다음 날 DDP 배움터 디자인박물관에서 개막하는 전시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사이클 선수를 꿈꾼 소년은 부상으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면서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70년 영국 잉글랜드 북부 노팅엄 뒷골목 한 평 매장에서 남들이 팔다 남은 천을 얻어 분투하던 스미스는 이제 세계 각국에 400여개 매장을 거느린 디자이너가 됐다. '가장 영국적인 디자이너'로 불리는 그의 작업은 클래식하면서도 생동감과 위트를 잃지 않는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는 스미스가 디자인한 의상뿐 아니라 사진과 회화, 오브제 등 540여점과 수십년간 수집한 명화,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까지 아우른다. 유서 깊은 노팅엄 1호점을 전시장 내부에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그의 인생을 바꾼 동료이자 아내인 폴린의 흔적도 곳곳에서 만난다.
이 전시는 2013년 런던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려 미술관 역대 최다 관람객을 동원했으며, 이후 각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
스미스는 1995년 런던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자신의 25주년 회고전 '진정한 영국인'(True Brit)을 언급하면서 "당시 전시가 호응을 얻었는데 관장이 된 수직이 아름다운 옛 기억을 살려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해 전시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전시 제목을 두고서는 "모든 사람이 나를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르는 이에게 나를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붙였다"라고 설명했다.
수직은 "다른 패션 전시는 대체로 브랜드나 제품 홍보에 치중하지만, 이 전시는 폴 스미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과 어떻게 디자인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DDP가 이라크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설계한 공간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건축과 디자인에 특화한 런던디자인미술관에서도 하디드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
수직은 "자하 하디드 작품에서 전시를 연다니 영광스럽다"라면서 "직각 공간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 전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도, 흥분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스미스는 "자하는 내가 존경하는 건축가"라면서 "주변 동대문 일대가 패션으로 유명하고 이곳에서 일 년에 한두 차례 패션위크도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DDP 개관 5주년 특별전이다.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DDP는 새로운 컨템포러리 뮤지엄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올해부터는 서울 디자인 콘텐츠, 디자인이 제시하는 미래 가치 등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8월 25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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