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요새' 그린존, 16년 만에 일반에 완전 개방
美대사관·정부기관 밀집지…이라크 치안 개선 반영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한때 '리틀 아메리카'로 불렸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의 요새 '그린존'이 4일(현지시간) 일반에 다시 개방됐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16년 만이다.
이라크군의 자심 야흐야 아브드 알리 소장은 이날 그린존은 어떠한 예외나 조건 없이 하루 24시간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와 AFP 통신이 보도했다.
알리 소장은 지역 내 1만2천개의 단단한 콘크리트 벽도 철거했다고 덧붙였다.
이라크 당국의 이런 조치는 오랜 전쟁 후 치안 상황의 전반적인 개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린존은 티그리스강 서쪽 강변의 10㎢ 면적에 설치돼 미국 대사관을 포함한 외교공관과 국제기구, 이라크 정부 기관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뒤 일반에게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왔다.
사담 후세인의 궁전과 의회, 관공서 등이 몰려있던 이 지역은 미군 점령 후에는 '리틀 아메리카'로도 불렸다.
이는 이후로 이라크인 사이에 정부가 자신들과 소통을 끊고 있다는 인식이 커가면서 이라크 내 불평등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
미군은 10년 전 이라크 당국에 그린존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줬으나 엄격한 출입제한은 계속됐다.
이 지역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이라크 정부의 약속과 시도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그동안 불발에 그쳤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올해 이 지역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취임한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이슬람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 명절에 그린존을 일반에 완전히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단은 4일 종료됐다.
생애 처음으로 그린존 안으로 차량을 몰고 온 아데이르 아삼(25)은 "바그다드가 전보다 더 넓어졌다는 느낌"이라며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아삼은 자신의 세대는 그린존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다른 나라에 산다고 느꼈다며 "이제 차이는 없어졌고, 이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로 이라크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세계에 알려져 기업인들이나 투자자들이 이라크에 더 많이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정부에 실질적인 생활의 개선을 요구했다.
전기기사인 아부 사덱(40)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교통혼잡 완화, 빈곤 개선, 물과 전기, 보건 같은 공공 서비스"라며 "정부관리들은 지난 15년 동안 우리를 위해 한 일이 없다"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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