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의 비극' 일주일…실종자 수색·선체 인양 고비
시간 지날수록 수색 범위 확대 불가피…510km 거리 루마니아 댐 1차 길목
선체 인양도 병행 준비…승무원 조사 추진 등 책임 규명 총력
(부다페스트·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이광빈 이광철 특파원 현혜란 기자 =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 등 9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된 유람선 허블레아니 침몰사고가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실종자 수색, 선체 인양도 고비를 맞고 있다.
사고 발생 엿새째인 3일(현지시간) 오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사고지점으로부터 직선으로 102km 떨어진 하르타에서 첫 실종자 시신이 수습됐고, 같은 날 오후 사고지점에서 50대 여성 실종자의 시신을 찾았지만, 아직 17명은 실종 상태에 있다. 헝가리인 선장, 선원 등 2명도 실종된 상태다.
한국, 헝가리 잠수 요원들은 3일 첫 선체 주변 수색에 나선 데 이어 이르면 6일로 예정된 허블레아니 인양 전까지 계속 선체 주변에서 실종자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고 발생 110시간 만에 시신이 102km 지점까지 떠내려가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수색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어 실종자 수색이 자칫 길어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 합동신속대응팀 현장지휘관인 송순근 대령(주헝가리 한국대사관 무관)은 4일 브리핑에서 "특정 지점에서 (실종자 발견) 확률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전 지역에서 가능성이 있고 아이언 게이트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에 있는 '철문(Iron Gate)' 댐은 일단 수상 수색을 통해 실종자를 찾을 수 있는 1차 길목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과거 다뉴브강 상류에서 수상 사고가 났을 때 실종자들의 시신이 걸렸던 적이 몇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루마니아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수색을 요청했고 다뉴브강이 흐르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 6일까지는 선체 주변 수색 계속…인양 준비도 병행
정부 합동신속대응팀과 헝가리 당국은 일단 6일까지 머르기트 다리 아래에 침몰해 있는 허블레아니 주변을 계속 수색할 예정이다.
헝가리 측은 가급적 이른 시일에 선체를 인양하려 했으나 3일 수색에서 시신을 수습하게 되자 4일에도 한국과 협조해 선체 주변을 수색했다.
송 대령은 "인양을 위한 크레인이 6일 오전에 도착하게 되면 빠르면 그날 오후 인양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양 완료 전까지는 수중 수색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뉴브강의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작업 환경은 나아졌지만 수중 시계는 여전히 '제로'에 가까워 물속에서 주변을 살펴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3일 오전 9시에 측정한 사고지점 수위는 7.6m로 사고 직후 9m 안팎이었던 것보다 많이 내려갔고, 유속은 시속 5.6km였다. 현장 관계자들은 교각의 벽돌을 기준으로 하루에 한 칸씩 수위가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 측은 수위를 고려해 6일께 선체 인양을 위한 크레인 '클라크 아담'을 남쪽 세체니 다리 아래로 통과시켜 머르기트 다리 사고지점까지 이동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클라크 아담'은 200t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데 침몰한 허블레아니의 무게는 53t이다.
다만 크레인이 세체니 다리를 통과할 만큼 6일 오전께 수위가 충분히 낮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수위를 고려했을 때 현장에서는 늦어도 8일까지는 인양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헝가리 당국은 잠수 요원들의 안전 문제를 우려해 선내 수색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신속대응팀은 다뉴브강 시계가 좋아지면 드론을 투입해 선체 내부를 살펴본 뒤 실종자가 배 안에 있다고 판단되면 진입 문제를 헝가리 측과 협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루마니아 '철문' 댐까지 이르는 다뉴브강 구간에서 각국과 공조하는 수상 수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철문 댐까지 차로 이동하는 거리는 510km 정도지만 다뉴브강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국경을 넘나들며 굽이쳐 흐르기 때문에 실제 수색해야 하는 길이는 훨씬 더 길다.
◇ 사고 책임 규명 총력…승무원 조사·침몰선박 조사도 추진
실종자 수색, 선체 인양, 피해자 가족 지원 등과 함께 사고 원인 규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사고 발생 사흘째인 지난달 31일 부다페스트를 떠난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의 승무원 조사도 요청했다.
허블레아니를 추돌한 바이킹 시긴호는 추월 전 교신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사고 직후에는 후진까지 해서 정지했다가 운항을 재개하는 등 운항·구조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바이킹 시긴을 소유한 바이킹 크루즈는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실시간 선박 위치 추적 사이트인 '베슬 파인더'에 따르면 이 배는 4일 오전 현재 독일 파사우에 정박해 있다.
사고 당시 배를 몰았던 우크라이나 출신 유리.C(64) 선장은 부주의·태만으로 인명 사고를 낸 혐의로 이달 1일 구속됐지만 운항에 관여하는 다른 승무원들은 모두 배와 함께 떠났다.
한국 법무부는 이달 2일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주독일 대사관에 파견 근무하는 검사 2명을 헝가리로 급파했다.
정부는 헝가리 당국에 바이킹 시긴호 운행 요원들에 대한 추가 조사, 바이킹 시긴호 선장의 구속 유지, 생존 피해자 추가 진술 기회 부여 등을 요구했다.
이상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장은 "헝가리 법무부에서 사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고 공정하고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다"며 "헝가리 검찰도 선장에게 내려진 조건부 보석 요건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허블레아니가 인양되면 조타실 등을 살펴보고 침몰 당시 선장이 안전 조치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헝가리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지난달 29일 밤 9시 5분께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바이킹 시긴에 들이받힌 뒤 불과 7초 만에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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