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살해 혐의' 조폭 부두목 어디에…수사 장기화 우려
13년전 주1회꼴 전화 바꾸며 5개월간 지능적 도피행각 전력
(양주·광주=연합뉴스) 권숙희 천정인 기자 = 지난달 발생한 50대 사업가 납치·살해사건 수사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범들은 사건 발생 직후 검거돼 검찰에 넘겨졌지만,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조폭 부두목은 보름이 지나도록 행방이 묘연하다.
5일 경기 양주경찰서는 광주지역 폭력조직 국제PJ파 부두목 조모(60)씨가 A(56·부동산업)씨 납치·살해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조씨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그러나 조씨가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등 교묘하게 수사망을 따돌리고 있어 경찰은 시신 발견 15일째에도 아직 조씨를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조씨가 이번 사건과 '판박이' 사건인 2006년 광주 건설사주 납치 사건 때도 5개월간 휴대전화 수십대를 바꿔가며 지능적인 도피행각을 벌인 전력 등으로 미뤄 수사가 장기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13년 전 이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당시 조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지인과 가족 등의 명의로 대포폰을 수시로 개통했다"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전화기를 바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조씨의 공범들이 모텔에서 자살기도를 하고, 조씨가 경찰에 자수 의사를 전달하는 등 일련의 행동들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계획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씨를 검거하더라도 조씨의 범행 주도를 입증하는 것 또한 경찰의 남은 과제다.
현재 이 사건으로 구속돼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는 총 3명으로, 조씨의 하수인 김모(61)씨와 홍모(65)씨, 조씨의 친동생(58) 등이다.
김씨와 홍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동생은 감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김씨와 홍씨는 조씨의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나이가 어린데 반말을 해서 그랬다'며 자신들의 우발적인 범행임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모텔에서 수면유도제를 먹고 자살 기도를 하면서 양주경찰서장 앞으로 범행을 시인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A씨가 조씨를 만난다며 나간 뒤 연락이 끊기고 실종신고가 됐음에도, 조씨의 범행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이번 사건 수사를 위해 양주경찰서 강력팀과 지능팀,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인원 등 약 30명을 투입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도 양주시청 부근 한 주차장에 주차된 BMW 승용차에서 A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량 뒷좌석에서 웅크린 자세로 숨져 있었던 A씨의 온몸에는 구타당한 흔적이 보였으며, 시트에는 핏자국이 굳어 있었다.
광주지역 폭력조직 국제PJ파의 부두목이 잔혹한 살인사건에 연루됐단 내용이 보도되자 '요즘에도 조폭이 활개를 치냐'며 누리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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