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총선서 사민당 집권 유력시…강력한 '반이민' 유지할듯
최연소 총리 유력 프레데릭센, '킹 메이커' 덴마크 국민당 의식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차기 덴마크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메테 프레데릭센(41) 사회민주당 대표가 강력한 반(反) 이민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레데릭센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은 지난 2015년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179석의 의석 가운데 가장 많은 47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시 선거에서 우파 블록이 직전 좌파 연정 세력을 이기면서 사회민주당은 현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제3당인 자유당에 정권을 내주고, 제1야당의 역할을 해왔다.
5일로 예정된 이번 총선에서는 좌파 블록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덴마크 리차우 통신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주도하는 좌파 블록은 55.1%의 지지율로 전체 179석의 의석 중 99석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졌다.
또 최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사회민주당이 자유당보다 우세한 결과를 내놓았다.
실제 총선에서 좌파 블록 우세의 결과가 나오면 사회민주당은 연립정부 대신 단독으로 소수 정부를 출범시킬 전망이다.
올해 41세인 프레데릭센은 라스무센을 밀어내고 역대 최연소 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패한 덴마크 첫 여성 총리 헬레 토르닝-슈미트로부터 당권을 이어받은 프레데릭센은 정계 입문 초기엔 덴마크의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운동 중에 기후변화와 복지 국가 방어 부분에 있어서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다만, 사회민주당이 작년에 내놓은 이민 정책 관련 제안을 보면, 향후 프레데릭센이 집권 후에도 여전히 덴마크가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사회민주당은 이민 신청자 임시 수용시설을 북아프리카 등 비유럽 지역에 설치할 것과 비(非)서방 출신 이민자 수 제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코펜하겐대학 정치학 교수인 울프 헤데포트트는 "메테 프레데릭센은 덴마크 정계에서 성공하려면 망명과 이민 정책에 대해 엄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석했다.
프레데릭센도 최근 발행된 서적 '폴리티컬 포트레이트'에 실린 인터뷰에서 "오늘에서야 나는 의원의 75%가 강력한 이민 정책을 지지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차기 덴마크 총리로 유력시되는 프레데릭센이 반이민 성향으로 돌아선 데는 근 20년간 '킹 메이커' 역할을 해온 덴마크 국민당이 있다.
이민자 수용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해온 덴마크 국민당은 2001년 이후 18년 가운데 14년 동안 우파 성향의 소수 정부를 지지했다.
덴마크 국민당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도 전체 179석의 의석 가운데 37석(지지율 21.2%)을 확보해 제2당이 되었고, 현 라스무센 총리의 자유당 정권을 지지했다.
이런 덴마크 국민당이 킹 메이커 역할을 한 10여년 사이 덴마크 정계에 극우, 반이민 이데올로기가 굳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카스퍼 한센 코펜하겐대 정치학 교수는 "10년 전에는 극단적이라고 여겨졌던 사상들이 이제는 일반적인 담론이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덴마크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덴마크인의 배우자나 애인이 24세 미만의 외국인인 경우 덴마크에 장기 거주할 수 없다. 또 당국은 이민자의 귀중품을 압수할 수 있고, 이민자가 특정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일반인의 2배 형량을 부과할 수도 있다.
지난 2010년부터는 이민자가 많이 모여 사는 이른바 '빈민가'의 리스트도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이런 강력한 반이민 정책 탓에 올해 1분기 덴마크 망명 신청자는 620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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