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행진 나선 아프간 주민 "탈레반 만나 내전 종식 요구할 것"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반군조직 탈레반 간 평화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아프간 주민이 내전 지역을 가로지르며 평화행진을 펼치고 있어 관심을 끈다.
2일 뉴욕타임스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프간 평화활동가를 포함한 주민 30여명은 탈레반에게 직접 내전 종식을 요구하겠다며 지난달 30일부터 남부 헬만드 지역을 관통하며 행진하는 중이다.
헬만드주 주도 라슈카르가에서 출발한 이들은 160㎞가량 떨어진 탈레반 장악 지역 무사 칼라로 향하는 중이다. 헬만드주는 아프간에서도 내전이 가장 치열하게 펼쳐지는 곳 중의 하나다.
이들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낮에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단식까지 하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행진 참가 인원은 조금씩 늘었고 이들이 가는 길에 주민이 나와서 응원하기도 했다.
행진 대열 구성원의 연령대는 10살짜리 소년부터 68세 노인까지 다양하다.
특히 10세 소년은 박격포 공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아이로 아버지와 행진에 나섰다.
탈레반 폭탄 공격 때문에 누이를 잃고 자신은 눈이 먼 청년 시인도 이번 행진에 가세했다.
행진 대열 참가자 중 한 명인 안와르 마즈롬야르는 "탈레반에게 직접 정전 안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것"이라면서 정전이 이뤄지면 평화가 찾아오고 외국군도 철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주민은 지난해에도 헬만드주에서 수도 카불까지 행진하며 평화회담 개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탈레반 측은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탈레반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들이 우리측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이들은 아프간 정보당국과 미국의 직접 지침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해 말부터 카타르 도하 등에서 여러 차례 평화협상을 벌였지만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양측은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현지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협정 골격에 합의했지만, 종전 선언, 탈레반-아프간 정부 간 대화 개시 등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군 공습으로 정권에서 밀려났지만 최근 세력 회복에 성공, 아프간 전 국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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