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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헝가리 유람선' 회장 "크루즈선, 교신없이 추월하다 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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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헝가리 유람선' 회장 "크루즈선, 교신없이 추월하다 추돌"
파노라마데크 사주 인터뷰…"규칙 위반 탓 사고 발생"
"유람선, 올 봄 당국 점검 통과"…"유족에 깊은 조의"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헝가리 유람선 참사'는 대형 크루즈선이 운항 규정을 지키지 않고 추월 운항을 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고 침몰한 유람선 운영사 사주가 주장했다.
한국인 단체 투어 도중 침몰한 '허블레아니호(號)' 운영사 파노라마데크의 사주 스턴코 어틸러 회장은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號)가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과실을 범했기에 사고가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턴코 회장은 "크루즈선이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당시 다뉴브강 무전 기록으로 알 수 있다"면서 "당시 주변 선박들은 크루즈선의 교신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당국이 크루즈선의 자동선박식별장치(AIS) 기록을 확보했고, 크루즈선의 평소 경로도 확인했을 것이므로 어느 쪽에 과실이 있는지 더 자세히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턴코 회장은 허블레아니호가 유럽연합(EU)의 관련 규정과 당국의 지침을 철저히 지켰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당국과 업계가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개선할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스턴코 회장은 사고 사망자를 애도하는 뜻으로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슬픔을 공감한다"면서 유족과 한국에 깊은 조의를 표했다.
다음은 스턴코 회장과 문답 내용.



-- 이번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은 야경 투어 선박으로 붐빈다. 이런 환경일수록 규정과 규칙이 더욱 중요하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수사·조사 이후에야 자세히 드러나겠지만 내 의견을 말하라고 한다면, 규칙을 위반한 과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벌어졌으리라 본다. 규칙과 규정을 잘 지킨다면 다뉴브강 투어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싶다.

-- 이번 사고에서 어떤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나.
▲ 예를 들어, 야경 투어를 위해 한 방향으로 많은 선박들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다른 배를 추월해서 운항하려면 두 배 사이에 교신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크루즈선이 그러한 교신 없이 유람선을 추월하려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의심은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 유람선이 침몰하고 승조원이 실종 상태인데 교신이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 다뉴브강 야경 투어 선박들은 공통으로 무전 채널(radio channel) '10번'을 이용하므로, 서로의 교신을 주변 다른 선박도 들을 수 있다. 사고 당시 주변 선박은 바이킹 시긴과 허블레아니 사이에 추월 운항에 관한 교신을 듣지 못했다. 물론 수사 당국은 수거한 바이킹 시긴의 교신 기록으로도 이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 수사 초기에 경찰은 '두 선박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며 가까워진 순간 교각 부근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크루즈선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두 선박이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유람선이 갑자기 방향을 변경했기에 사고가 났다고 들릴 수도 있는 내용인데.
▲ 유람선이 방향을 바꾼 게 아니다. 그것은 앞서 공개된 영상과 우리 회사가 속한 '크루즈 얼라이언스'(Szemelyhajosok Szovetsege)가 1일 새로 공개한 다른 각도의 사고 영상을 (종합해)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배를 추월하려던 크루즈선이 우리 배의 후미를 살짝 건드렸기 때문에 반동으로 우리 배의 선수가 왼쪽(서쪽)으로 밀렸고 2차로 더 강한 충돌이 일어났다(※ 생존자들도 2차례 추돌이 있었다고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증언). 배를 인양해서 장치를 확인한다면 조타가 어느 방향이었는지도 드러날 것이다.

-- 새 영상을 보면 크루즈선이 추돌 후 후진으로 침몰 현장으로 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모습이 잡혔다. 크루즈선 선장이 사고를 인지하고도 현장을 이탈했다는 증거 아닌가.
▲ 수사가 진행 중이니 그 부분을 내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다.


-- 구명조끼가 제대로 비치돼 있었나.
▲ 다뉴브 투어 선박은 모두 유럽연합(EU) 규정에 의한 프로토콜을 따른다. 허블레아니는 최대 승선인원이 80명이기 때문에 80개 구명조끼가 비치돼 있었다. 구명튜브 6개 등 다른 구명장비 7개가 더 있다. 이런 사실은 모두 올해 봄 당국의 실사 때 점검을 받은 부분이다.

-- 관광객들이 배에 탑승할 때 승무원이 구명조끼 등 구명장비 위치와 사용법에 관한 안내를 하는가.
▲ 비치 사실이나 장소에 관한 안내문이 배에 부착돼 있다. 탑승객에게 안내하는 과정은 프로토콜에 없다. 이는 다른 선박도 모두 마찬가지다. 투어 처음부터 구명조끼를 계속 입어야 한다는 당국의 규정도 없다. 더욱이 승객이 처음부터 착용하고 있다가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선박을 빠르게 벗어나지 못할 위험도 있다. 구명조끼는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 허블레아니는 선령이 70년이라고 공개됐다. 선박이 오래돼 약해진 것은 아닐까.
▲ 건조 시기만으로 강도·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노후한 부위를 계속 교체하기 때문이다. 매년 당국의 방문 점검이 있고, 8년마다 배를 독(dock)에 보내 정밀 실사를 받는다. 이런 점검을 통해 배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을 받아서 투어를 운영한다. 다뉴브 투어 선박 중에는 선령이 더 오래된 것들도 있다.

-- 허블레아니의 선장과 선원은 얼마나 경험을 갖췄는지.
▲ 선장은 58세이며 우리 회사에서 선장으로 일한 지는 4년 정도 됐다. 이전 회사까지 합쳐 총 24년간 선장 경력을 갖춘 베테랑이다. 다른 선원은 군대에서 20년간 복무하다가 1년 전 우리 회사에 합류했다.


-- 회사와 본인에 대해서 소개해 달라.
▲ 18세부터 선원으로 일하다가 1995년 회사를 설립했다. 파노라마데크는 가족기업이다. 소유 선박이 8대, 임차 선박이 6대다. 직원 수는 80명이다. 투어(관광객 정원 30명)를 연간 총 2천500회 운영한다. 한국 관광업계와 함께 일한 지는 15년 정도 됐다. 전체 사업의 약 10%가 한국 관광객이다.

-- 검은색 넥타이를 맨 것은 애도의 의미인가.
▲ 그렇다. 오늘 회사 전체가 머르기트 다리에서 추모 모임을 했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고통을 공감한다. 나를 비롯한 회사는 한국 유족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 우리 직원 2명도 실종 상태다.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구조에 동참한 다른 배의 선원들은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이 비극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강해지기를 바란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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