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졸자 창업률, 한국의 10배…창업 의향 5배차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민간펀드 부족·부정적 인식 원인"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중국 대학 졸업생의 창업률이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3일 내놓은 '한·중 대학생 창업 생태계 비교 연구'에서 지난해 중국 대학 졸업생의 창업률은 8.0%에 달한 반면 한국은 0.8%에 그쳤다고 밝혔다.
창업 의향이 있는 대학생은 중국 89.8%, 한국 17.4%로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최근 중국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기업)이 급증하면서 대학생 사이에서도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1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310개 중 중국 기업이 80개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은 6개에 불과했다.
정부 의존도가 높은 한국 스타트업과 달리 중국에는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민간 창업펀드가 활발하게 조성된 점도 한국과 중국 대학생 사이에서 창업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원인이 됐다.
중국은 북대(베이징대)창투기금, 청화(칭화대)창업DNA기금과 같은 다양한 민간 창업펀드가 있어 자율적인 창업 지원이 가능하다.
보고서는 "중국은 교우회, 기업 등 민간 협력을 통한 창업펀드 조성이 활발하지만, 한국은 대학 창업펀드 조성의 75%를 정부 모태펀드에 의존해 자율적인 투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대학 교육위원회 관리 아래 다수의 창업지원기구가 서로 협력하고 연계된 반면, 한국은 정부의 창업 지원사업과 예산에 따라 창업지원단, 창업교육센터 등 다수의 비슷한 기구가 개별적으로 운영돼 일괄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육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기업가를 겸임교수로 초빙하는 등 시장 지향형 창업교육을 시행하면서 교내에 기업가, 투자자 등이 상주해 학생 아이디어와 제품에 대해 1대1 멘토링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하지만 한국은 학교당 전담 인력이 8.8명에 불과해 제대로 된 컨설팅이 힘들고 창업공간 위주의 기초 지원에 치중하고 있다.
중국은 창업 친화적 문화가 점진적으로 확산하면서 대학생이 성공한 사업가를 롤모델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고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안정된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보고서는 창업은 일자리 창출의 핵심 원동력이라며 창업을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2012∼2014년 국내에서 새로 생긴 일자리 29만개 중 24만개가 1년 미만 창업기업에서 나왔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이봉걸 연구위원은 "대학은 창의적 혁신 인재와 첨단기술의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창업 생태계 형성의 핵심"이라며 "한국도 민간 주도의 자율적 창업 지원, 시장 중심 창업 교육과 평가 그리고 기업가를 존중하는 창업 친화적 문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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