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은 금리 정책, 유연하고 신속한 자세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하지만 금통위원 1명이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이른바 '소수의견'이 출현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소수의견에 대해 '금리인하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한은 총재의 발언을 오히려 '의례적인 것'으로 여기는 듯하다. 시장금리의 지표라 할 수 있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금통위 당일 1.59%로, 기준금리보다 0.16%포인트나 낮게 형성돼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많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국은행은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거시정책의 가장 큰 본류인 금융통화정책을 수행한다. 경기가 안 좋으면 금리를 내려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하고, 반대로 경기가 너무 활황이어서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금리를 올려 기업활동을 진정, 또는 위축시킨다. 이런 금리조정은 시장과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만큼 명확한 진단을 통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아직은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다'는 한은 총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동떨어지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한은도 겸허한 입장에서 바라봤으면 한다. 금리를 한번 결정하면 번복하기 매우 어렵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신속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은 최근 국고채 시장 반응이 성급한 것이라고 볼지 모르지만 시장은 '성급하다'거나 '느긋하다' 등의 기질을 갖고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니다. 바람이 불면 갈대가 흔들리는 것처럼, 원인에 의해 반응할 뿐이다. 소수의견이 나오면 1~4개월 뒤 다수의견이 되더라는 경험칙만 맹신해 시장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내다봤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국가채무비율 40% 논란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단기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다소 상승하더라도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그 지시를 받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뒤늦게 재정지출 확대 계획을 설파했다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가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고치는 데 신속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탓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빨리하는 것이 득이 된다.
한국은행도 금리조정에 너무 큰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제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흐름의 변화 속도는 예전보다 아주 빨라졌다. 시장은 급변하는데 한은이 금리 정책의 연속성이나 신중함에만 무게를 둔다면 조치는 늘 한발 늦게 된다. 적절하고 기민한 정책은 신뢰도를 높인다. 상황에 따라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이것저것 따지다가 시기를 놓치는 것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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