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경기 무실점…SK 하재훈 "그냥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야수 출신 투수 한계 딛고, 시속 150㎞대 강속구 앞세워 무실점 행진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하재훈(29·SK 와이번스)이 마운드에 오르면 SK 더그아웃에서는 "우리가 이겼다"는 확신이 감돈다.
실제 성적도 그렇다.
하재훈은 3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 2-1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2번째 세이브(4승 1패)를 올렸다.
4월 4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시작한 무실점 행진은 23경기째로 늘었다.
31일 한화전에서 하재훈은 거포 두 명을 쉽게 요리했다. 첫 타자 재러드 호잉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더니, 대타 이성열은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하재훈은 김인환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하재훈은 최고 시속 150㎞ 직구에, 구속을 시속 117㎞로 낮춘 커브를 구사해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툭 던지는 느린 커브에 한화 타자들은 당황했다.
호잉은 시속 119㎞에 타격 타이밍을 놓쳐 2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김인환은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날아든 시속 117㎞ 커브가 볼 판정을 받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재훈은 "(김인환에게 던진 커브가) 삼진 잡는 공이 됐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웃었다.
마무리로 낙점했던 김태훈이 흔들리자, 염경엽 SK 감독은 하재훈과 서진용을 '더블 스토퍼'로 기용했다. 세이브 기회가 왔을 때 더 자주 등판하는 투수는 하재훈이다.
하재훈은 "마무리 상황이라고 딱히 의식하지 않는다. '집중해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하재훈은 외야수로 뛰었다.
타지에서 신인 외야수 하재훈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시카고 컵스에서는 2013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메이저리그 입성에 실패했다.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는 2016년 입단해 1군 무대에서 17경기를 뛰었지만, 시즌 종료 뒤 팀을 떠나야 했다.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 2차 2라운드 16순위로 SK에 입단한 하재훈은 한국 무대의 첫 시즌인 2019년을 투수로 맞이했다.
염 감독은 최고 시속 155㎞를 던지는 하재훈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SK 마무리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재훈은 염 감독의 예상보다 빠르게 투수 자리에 적응했다.
하재훈은 "투수로 풀 타임을 소화해본 적이 없어서 올 시즌 끝까지 내 팔이 버틸지 모르겠다. 하지만 열심히 훈련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 아직 몸에 이상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SK는 하재훈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생각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모습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투수로 입단했지만, 외야수로 성공한 SK 베테랑 김강민(37)은 "하재훈은 구위, 정신력, 체력 등 많은 장점을 갖췄다. 여기에 타자로 오래 뛴 경험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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