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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의 골리앗' 안벽 크레인 등장 60년…하역능력 잣대
국내엔 부산항 118기 등 187기 운영…선석 생산성 세계 3위
기술 발달로 원격조종 방식 거쳐 완전 무인 자동화 추세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세계 각국의 주요 무역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며 줄지어 늘어선 안벽 크레인들이다.
선박에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장비로, 컨테이너 크레인 또는 갠트리 크레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컨테이너 터미널의 가장 기본 장비로 하역능력을 결정하는 핵심 장비이기도 하다.
3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항만의 골리앗, 안벽 크레인의 경제학'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세계 최초 안벽 크레인은 60년 전인 195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항에 설치됐다.

부산항에는 이로부터 20년이 1978년 최초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자성대부두가 문을 열 때 처음 도입됐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안벽 크레인은 유럽 관문 격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있다.
무게가 2천500t, 높이는 144m에 이른다.
크레인 중앙에서부터 바다 쪽으로 뻗어 작업할 수 있는 최대거리를 의미하는 아웃리치(Out Reach)는 72m이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항만들에 설치된 안벽 크레인은 5월 말 기준으로 187기이다.

부산항이 118기로 가장 많다. 광양항은 24기, 인천항은 21기로 3대 무역항에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이 외에 울산항에 8기, 평택당진항에 7기, 포항·마산·군산·목포항에는 각 2기가 있다. 대산항에는 1기가 있다.
국내 최대 크레인은 부산 신항 2부두에 있다.
부산 신항 2부두 운영사 PNC가 지난해 도입한 것으로 무게 1천820t, 높이 135m로 로테르담항의 세계 최대 크레인보다 조금 작지만 아웃리치는 70m로 비슷하다.
상에서 붐(앞뒤로 움직이며 컨테이너를 나르는 부분)까지 높이는 50m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안벽 크레인은 사실상 항만의 하역능력을 결정한다.

해양수산개발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안벽 크레인과 항만하역능력 상관계수가 0.95라고 분석했다.
이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크레인과 하역능력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안벽 크레인의 생산성 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권에 있다.
하나의 선석에서 안벽 크레인들이 시간당 컨테이너를 선박에 싣고 내리는 작업을 몇회 했는지를 기준으로 생산성을 따진다.
2017년 기준 국가별 생산성을 보면 한국은 89.8회로 아랍에미리트(110.5회)와 오만(100.3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중국(89.1회), 사우디아라비아(84.9회), 싱가포르(80.9회), 스리랑카(75.6회), 홍콩(72.2호), 일본(70.8회) 등이 한국의 뒤를 이었다.
항만별 생산성 순위에서 부산항은 92.1회로 10위에 올랐다.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항(116.7회), 중국 양산항(115.0회),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항(106.1회), 오만 살라라항(104.4회)은 시간당 100회를 넘었다.
항만업계는 "이 항만들은 부산항보다 많은 크레인을 투입하기 때문에 선석당 생산성이 높다"며 "크레인 1기당 생산성을 따지면 부산항이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 신항 5개 터미널은 선석당 4기 정도의 안벽 크레인을 운영한다.
처음 등장한 이후 수십년간 사람이 직접 타고 눈으로 보면서 조종해온 안벽 크레인도 점차 자동화하는 추세에 있다.

로테르담항이 처음 자동화를 시도한 이후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외국 주요 항만들이 경쟁적으로 자동화와 무인화에 나서고 있다.
사람이 타지 않는 대신 중앙통제실에서 원격 조종하는 방식을 거쳐 최근에는 아예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해 크레인이 스스로 판단해 작업하는 완전 무인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2022년 문을 열 예정인 부산 신항 서컨테이너부두에 국내 처음으로 원격조종 방식 안벽 크레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벽 크레인을 비롯한 각종 하역 장비 무인 자동화는 기존 항만인력 일자리와 직접 관련돼 있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lyh95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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