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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살려 돌려달라" 강릉 펜션참사로 자식잃은 어머니의 절규
"생존 학생도 힘겨운 생활…신체 마비로 재입원·휴학·장기 재활치료"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세월을 다시 돌릴 수만 있다면 아들이 여행 가는 걸 막고 보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 가스 누출 사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아들(19)을 잃은 어머니 K(59)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사서 매일 납골당을 찾는다.
수능시험을 마친 아들이 "엄마, 잘 다녀올게요"라고 웃으면서 집을 나섰지만, 한마디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40살에 얻은 아들은 그에게 희망이었고 친구였고 동반자이자 기둥이었다.
아들은 아버지 병시중 등으로 음악 공부를 하는 게 부담스러워 보이자 2년 동안 공부해온 음악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누나를 책임지겠다며 사회복지사의 길을 가기로 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장애 3급이고, 누나는 지적장애 3급인 상황에서 한 달에 100만원이나 들어가는 음악 공부는 나중에 돈을 벌어서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속이 깊은 아이였다.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고 유튜브 방송을 해보겠다고 해 컴퓨터를 바꿔 준 지 4개월 만에 아들은 갑자기 품 안에서 떠났다.
그는 "남은 공판 가운데 판사님이 발언 기회를 준다면 억지인 줄 알지만, 우리 아들을 살려서 내 품으로 돌려달라고 말하고 싶다"며 "다시 세월을 돌릴 수만 있다면 여행 가는 걸 막고 보내지 않았을 것 같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희생된 게 억울한 데 너무 빨리 잊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아들을 따라가고 싶었는데 딸 아이가 '나 두고 가면 안 된다'고 해 그때 또 하나의 돌봐야 할 자식이 있는 걸 알았다"며 "지난달 3일 재판에 갔는데 벌금과 기각이라는 말 때문에 쓰러져 응급실 중증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6일 만에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퇴원하자마자 다시 아들이 있는 납골당을 찾았다.
아들이 나비가 돼 꿈에 나타난다는 K씨는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 때문에 제대로 안전점검도 안 된 펜션에서 아이들이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펜션사고 당시 살아남은 학생들도 후유증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강릉과 원주의 병원을 퇴원했던 학생들은 서울의 집으로 돌아간 뒤 다시 병원을 찾아야 했다.
한 학생은 치료를 받았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다시 입원해서 한 달 동안 치료를 받았고, 피부 이식 수술을 한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살아남은 학생들 7명 가운데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2명인데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몸과 마음의 상처 때문에 공부할 상황이 안되는 나머지 학생들은 휴학계를 내고 장기 재활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9일 펜션사고 6차 공판이 열렸던 강릉지방법원 법정을 찾은 한 생존 학생의 어머니는 "퇴원하면 어차피 알 것 같아 퇴원 직전 친구들의 소식을 알려줬더니 병원이 떠나갈 듯이 울어 내 마음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며 "다들 퇴원했으면 그걸로 끝이고 웬만한가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서울 가서 재입원했다"고 말했다.
또 "목숨을 건진 건 감사하지만 실생활로 돌아가려고 하니 너무 힘들다"며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아물 수 있는 상처가 있고 아물 수 없는 상처가 있는데 이건 아물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수능을 마친 서울 대성고 3학년생 10명은 지난해 12월 17일 강릉시 저동 아라레이크 펜션에 투숙했으며, 이튿날인 18일 오후 1시 12분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치명상을 입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월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 펜션 운영자 등 9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시공 단계에서는 부실시공이, 관리 감독 단계에서는 부실 점검이, 숙박제공 단계에서는 보일러 관리 소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오는 12일 7차 공판을 끝으로 변론을 마치고, 이달 말이나 7월 중에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dm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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