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호우 속 충돌…순식간에 일어난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이달 잦은 비로 강 수위 상승…현지방송 "곳곳에 소용돌이 급류"
한국관광객 탑승 유람선, 다른 큰 유람선과 충돌후 빠르게 침몰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늦은 밤 일어난 헝가리 다뉴브강의 한국인 관광객 탑승 유람선 침몰 사고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사고가 일어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는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께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다른 유람선과 충돌한 뒤 빠른 속도로 침몰했다.
외신과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날 날씨도 좋지 않았지만, 이달 들어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쪽은 많은 비가 내린 탓에 다뉴브강 수위도 상당히 높았다.
헝가리 M1 방송은 강물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현재 높이는 5m에 이르고 며칠 내에 5.7∼5.8m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뉴브강에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다른 유람선에 타고 있었다는 한국인 관광객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앞에서 모든 배가 갑자기 섰다며, 비가 많이 오는 데다 유속도 빨라 인명 피해가 클 것 같다는 말을 인솔자가 했다고 전했다.
저녁 들어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현지 유람선 업체들은 정상적으로 배를 운항했다.
다른 배에 타고 있다가 글을 올렸던 한국인 관광객은 '안전 불감증인지 승객들 구명조끼도 안 씌워줬다'고 전했다.
'허블레아니'에 탔던 관광객들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갖췄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허블레아니'는 다른 배와 충돌한 뒤 기울어지면서 급류에 휘말린 듯 빠르게 가라앉았다.
비교적 소형 유람선인 '허블레아니'와 충돌했던 배는 규모가 더 큰 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M1 방송은 강물이 불어난 상황에서 곳곳에 소용돌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배와 충돌했던 다른 배에서는 별다른 피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선박을 운영하는 파노라마 데크 측은 어떤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면서 당국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된 한국인 관광객이 후송된 병원에서 통역을 돕고 있는 한 현지교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탄 작은 유람선이 큰 유람선과 충돌한 것 같다"면서 "구조된 사람 중 한 분은 '큰 유람선이 오는데 설마 우리를 받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두 배가 부딪치고 전복이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회의사당과 가까운 세체니 다리에서는 한쪽 교통을 통제하고 소방, 경찰 인력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30일 새벽까지도 현지에서는 빗줄기가 그치지 않아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M1 방송은 현재 다뉴브강의 수온이 10∼15도 정도로 낮아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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