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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시 중절강요'…일본 외국인근로자 사생활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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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시 중절강요'…일본 외국인근로자 사생활침해 논란
'결혼하고 싶다'에 '해고' 통보, 외부접촉 막으려 휴대전화 압수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결혼하면 해고", "임신시 중절 강요", "외부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 압수".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자유롭게 이야기도 할 수 없다"
귀를 의심할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지만 일본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일이라고 NHK가 27일 보도했다.
"결혼하면 계속 고용할 수 없다"
봉제기술 기능실습생으로 2년전 캄보디아에서 온 케오 사메안(30)은 일본에서 만난 일본계 브라질 남성과 교제한 끝에 "결혼하고 싶다"고 회사에 이야기했더니 사장에게서 이런 대답이 돌아 왔다고 NHK에 털어 놓았다.
케오는 회사 측의 반응에 크게 놀랐지만 캄보디아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 망연자실 했다. 제도상으로는 실습생이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일할 의사가 있으면 실습을 계속할 수 있다.
그러나 사장의 이야기를 들은 지 2개월 후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놀랍게도 "결혼"이 해고 사유로 명기돼 있었다.


회사 측은 이외에도 케오의 생활을 다양하게 제약했다. 거주하는 숙소뿐만 아니라 사적인 생활도 제한했다. 외박은 물론 공개된 장소에서 만난 사람과 대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칙도 있었다. 교제 상대에게도 그런 사정을 전달했다. "우리한테는 인권이 없다는 생각에 슬펐다"고 한다.
작년 연말 실습회사에서 해고당해 숙소에서도 쫓겨났다. 그는 기후(岐阜)현에 있는 기능실습생 지원단체에서 일시 보호를 받은 끝에 지금은 다른 봉제회사에서 실습을 계속하고 있다.


지원단체에서 외국인근로자 상담 책임자를 맡고 있는 겐카이(甄凱)씨는 30여녀전 유학생으로 일본에 온 이래 다양한 상담을 받았지만 최근 "사생활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상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트러블이 임금이나 장시간 노동 등 회사내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사생활 영역에서까지 회사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즉각 '해고'하는 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케오를 해고한 실습회사 측은 NHK의 취재에 "실습생은 결혼할 경우 제도상 '실습생'으로 계속 고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습생의 경론과 연애 등 사생활까지 제한하는 이유는 뭘까.
외국인의 일본 실습생 파견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실습회사의 입장에서 기능실습생은 인력부족을 해소할 귀중한 '노동력'인데 실습생이 외부 사람과 접촉해 정보를 얻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대우가 나쁘다'는 이유로 실습생이 중간에 도망가 버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외국인 실습생을 고용한 회사들은 유학생이나 고도 기술자, 다른 직종의 일본 체류 자격자로부터 정보를 얻는 걸 차단하고 싶어 한다는 것.
여기에 연애를 금지하는 건 인권상 일본에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국에서 송출할 때 실습생에게 약속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위법적인 제약은 실습생이 수기로 쓴 서류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약속하게 한 후 송출기관 측이 보관한다. 양측 다 위법이라는 걸 알지만 오래전부터 계속돼온 암묵적 관행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법무성과 후생노동성은 지난 3월 실습생을 받아들이는 단체에 사생활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위법행위에 주의를 촉구하는 문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NHK는 취재과정에서 임신하자 중절을 강요당한 사람과 외부와 접촉할 수 없도록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사례 등도 있었다고 전하고 법으로 금지돼 있는 이런 일들이 없어지지 않으면 조건이 좋은 다른 나라로 흘러가 일본으로 오는 외국인이 적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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