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무슨 죄…툭하면 입구에 몹쓸 '승용차 바리케이드'
상식파괴적 화풀이 수단 `뉴노멀'로 자리잡나 우려의 목소리
사유지여서 강제 견인도 못해…"배려심없는 행동 반성해야"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입주민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진입로에 개인 승용차를 주차하고 가로막아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가 최근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차주 입장에서는 개인적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시위'인 셈인데, 공공주택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가 깡그리 무시되면서 매번 피해는 애꿎은 입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런 '승용차 바리케이드 시위'가 크게 보도되고, SNS를 타고 퍼지면서 비슷한 유형의 상식파괴적인 사건이 마치 '뉴노멀'인 것처럼 반복되고 있다.
소나기 같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작정을 하고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사후에 특별한 '벌칙'이나 '제재'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어서 유사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8일 경기 하남시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입주민 A씨가 차를 세워두고 12시간 동안 자리를 비웠다.
당일 오전 4시 18분께 A씨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려다가 관리사무소 직원과 언쟁을 벌인 게 발단이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며칠 전 A씨가 엘리베이터에 씹던 껌을 붙여 놓은 것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요구했고, A씨는 관리사무소가 출입을 막는다며 대리기사가 자리를 떠나자 차를 세워두고 집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민들의 "차를 빼달라"는 요구에 A씨는 "관리사무소 측이 사과하지 않으면 뺄 수 없다"고 거부하다가 주민들이 중재에 나서자 그날 오후 4시에서야 차를 주차장으로 옮겼다.
앞서 지난해 8월 인천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주차장 진입로 봉쇄 사건은 이런 사건들의 '효시'격이다.
당시 차주 B씨는 자신의 차량에 부착된 주차 위반 경고장을 떼달라는 부탁을 관리사무소 측이 거절하자 진입로에 차를 대 다른 차량의 통행을 7시간 동안 방해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B씨의 승용차를 손으로 들어 인근 인도로 옮긴 뒤 승용차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앞뒤를 다른 차량으로 막고 옆은 경계석으로 막았다.
B씨의 기이한 행동에 언론 취재가 이어졌고, 그는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대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주민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전기자동차 충전기 설치 안이 부결된 데 불만을 품고 정문을 승용차로 5시간 동안 막았다.
이달 23일 서울 강서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들도 전날 오후 7∼8시부터 주차장 입구에 세워진 승용차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차주는 최근 구성된 '주상복합 관리단'과 아파트 관리 주체를 두고 갈등을 겪다가 주차장 출입이 거부되자 이에 반발해 주차장 입구를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시간 퇴근한 주민들이 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한 탓에 주변에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입주민에 의한 진입로 차량 봉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유지에서는 차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장 차를 이동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에게도 강제 차량 견인 권한이 없다. 관할 지자체에 견인을 요구할 뿐이다.
지자체도 차주에게 방치 차량에 대한 계고장을 전달한 뒤 20일 이후 견인조치가 가능하다.
결국 주민들이 차주와 싸우든, 그를 설득하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차주가 직접 차량을 다른 장소로 옮기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일부 차주의 배려심 없는 행동 때문에 이웃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건 당연하다.
한 주민은 29일 "진입로를 차로 막으면 다른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걸 알면서도 개인의 분풀이를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건 결코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와 대화를 통해 직접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런 일이 보도될 때마다 진입로에 차를 대 가로막는 행위를 따라 하는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부터 든다"며 "혼자 사는 공간이 아닌 만큼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볼 다른 사람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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