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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 재건] ② '발등의 불' 환경규제, 위기 아닌 도약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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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 재건] ② '발등의 불' 환경규제, 위기 아닌 도약의 기회
글로벌선사 규제대응 미루는 사이 현대상선 스크러버 설치 빠른 결단
내년 4월 초대형·친환경 '컨'선 20척 유럽·미주 투입해 수익 뽑는다
현대상선 유럽법인들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 총력…이익 수직상승 기대"


(로테르담·함부르크=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2000년대가 속도 경쟁의 시대, 2010년대가 선박 대형화 경쟁의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환경규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선사의 존폐를 가르는 시대가 될 겁니다."
글로벌 선사들의 각축장인 유럽에서는 선사들이 환경규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선박이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전 세계 모든 항로를 지나는 선박은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을 현행 3.5%에서 0.5%로 관리해야 한다.
규제 시행이 6개월 남짓 남아 발등의 불이 떨어진 형국이지만, 세계 해운업계는 이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현지 해운 관계자들은 내년부터 강화되는 환경규제 대응에 따라 글로벌 선사의 운명이 뒤바뀌고 해운 업황이 요동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국적 제1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이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어 어떤 성과를 거둘지 글로벌 선사와 화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스크러버·LNG선 대비 못한 선사들, 비싼 저유황유 사용 내몰려
강화된 환경규제에 세계 주요 선사들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기존 선박에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으로 변경하는 방법, 혹은 선박유를 저유황유(LSFO)로 바꿔 IMO 규제에 따르는 것이다.
스크러버 설치는 선박 한 척당 수십억원의 투자 비용이 들고, 설치 작업을 위해 5∼6개월가량 선박을 묶어둬야 해 부담이 크다.
환경규제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선박이 조선소로 몰리며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도 빚어지는 형국이다.
LNG 추진 선박은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할 최적의 방안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선박을 새로 지어야 하는 데다 화물적재 공간이 줄고 연료공급망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LNG 연료 자체가 친환경 연료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LNG 주성분이 메탄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유럽에서도 커지고 있다.
저유황유 사용은 시설 투자가 필요 없이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벙커C유보다 가격이 1.5배가량 비싼 것이 큰 부담이다.
하지만 상당수 선사가 일단 자의·타의로 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스크러버 설치나 LNG 연료선 변경 등 큰 비용이 드는 투자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미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유황유 카드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이 달리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선사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 현대상선, 세계 최초로 대형 컨테이너선에 스크러버 설치 등 발 빠른 대응
글로벌 거대 선사 머스크와 CMA CGM, COSCO 등은 저유황유 사용을 기본 대응전략으로 삼기로 했다.
업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의 경우 보유 선박이 600∼700척에 달해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할 경우 6조원가량의 막대한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덩치가 큰 만큼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연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머스크가 운임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밖에 없어 세계 해운 운임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MSC는 스크러버 장착 위주로 IMO 규제에 대응한다. 초기 비용이 들지만, 피할 수 없는 규제에 정면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다.
프랑스 CMA CGM은 저유황유 사용을 기본 전략으로 하되, 20척 이상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하고 15척의 LNG 추진 선박을 도입할 방침이다.


한국 선사 중에는 현대상선이 스크러버 장착으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고 발 빠르게 대응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상선은 작년 7월 스크러버를 장착한 1만1천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대를 조선사로부터 넘겨받아 취항을 시작했다.
1만TEU급 메가 컨테이너선으로는 세계 최초로 스크러버를 장착한 것으로,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컨테이너선 19척에도 모두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한다.
특히 내년 4월부터 차례로 인도받는 2만3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과 1만5천TEU급 8척 등 20척의 선박에도 스크러버를 장착하도록 발주한 상태여서 환경규제 대비를 마쳤다.
이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LNG 레디' 디자인도 적용, 기존 연료유인 벙커C유를 사용하면서 향후 LNG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선박 내 LNG 연료탱크 설치 공간을 마련했다. 상황에 따라 선박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여지도 둔 것이다.



◇ 내년 4월, 초대형·고효율 선박 유럽·미주 투입…"이익 수직상승 기대"
현대상선은 IMO 환경규제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벼르고 있다.
머스크, MSC, CMA CGM 등 몸집이 큰 글로벌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나 LNG선 개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춤하는 사이 과감한 결단으로 주요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해 규제 대응을 마쳤다는 자신감이 크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초대형 신조선 20척을 발주하면서 스크러버 장착을 결정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유럽 선사와 화주들로부터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 운송 원가를 낮추면서 환경규제에 적기에 대응해 경쟁력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유럽 법인 직원들과 유럽 노선에 취항하는 선장·기관장들도 "경쟁력 있는 초대형 선박들이 유럽과 미주를 누비며 화물을 실어날라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회사가 4년 가까이 적자를 내면서 위축됐던 현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에 앞서 작년 4월 AEX(아시아∼북유럽) 노선을 개설했다. 현재 4천60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이 77일 일정으로 매주 아시아·유럽 주요항을 오가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대상선 유럽 법인들도 내년 실전에 투입되는 2만3천TEU급 초대형선을 채우기 위한 영업에 분주하다.
독일·네덜란드·영국 등 주요항이 있는 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화주 접촉을 강화하며 화물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덕림 독일법인장은 "실제로 2만TEU 화물을 유치할 수 있도록 영업력을 갖춰가고 있다. 글로벌 1∼4위 포워딩 업체 등과도 협의하며 성수기는 물론 비수기에도 안정적으로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화주들의 약속을 받아내는 단계"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철 네덜란드법인장도 "하이네켄 등 대형 화주 물량을 2배 이상 늘리고 유제품, 돼지고기, 고등어 등 부가가치가 높은 냉동 컨테이너 상품 비중을 늘리며 수익성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규제 시행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해운사들이 운임을 함께 올릴 가능성이 큰 것도 현대상선에는 호재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스크러버를 장착한 초대형·친환경 선단이 원가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유럽·미국 원양노선에서 규모의 경제로 화물을 대거 유치한다면 다른 글로벌 선사들과 비교해 이익이 수직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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