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옥중정치' 시동
反보우소나루 좌파연대 시도…파괴력 있을지는 미지수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부패혐의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옥중정치'에 나섰다.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좌파 노동자당(PT)을 통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항하는 좌파연대 구축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같은 해 지방선거 참패, 2018년 대선 패배를 거치면서 당세가 급속도로 위축된 노동자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2018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하원 1당 지위를 유지한 것이 지방선거에 '올인'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자당은 지난주 민주노동당(PDT)·브라질사회당(PSB) 등 다른 좌파 정당 지도부와 만나 공조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선거연대를 통해 우파에 맞서야 한다는 룰라 전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자당은 조만간 실업률 안정과 고용·소비 확대, 세수 증가 등 경제·사회 분야 정책 패키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가 어느 정도나 파괴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부패 스캔들로 추락한 이미지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된 상태다.
연방고등법원은 지난달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구체적인 증거 없이 대부분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형량을 8년 10개월 20일로 줄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에게 적용된 부패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미나에 보낸 서한에서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고 '진짜 도적'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와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등 2개 매체와 옥중 인터뷰에서는 보우소나루 정부를 맹비난하면서 "브라질의 엘리트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보우소나루가 당선된 데 대해 자기비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해 4월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된 이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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