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집행위원장 후보…메르켈·마크롱, 추천방식 이견
이번엔 탐색전…물밑 조율 거쳐 내달 21일께 공식 결정할 듯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28일 오후 브뤼셀에서 유럽의회 선거 이후 첫 회동을 하고 차기 EU 지도부 구성 작업에 착수한다.
만찬을 겸한 이 날 회동에서 정상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과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의장을 비롯해 EU 입법기관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의장, EU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빅5'의 인선을 논의한다.
빅5 선출은 국가별 안배가 철저하게 적용돼 강대국과 약소국, 남북유럽 간, 초기 EU 멤버와 후발 가입국 간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정해왔다는 점에서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될 전망이다.
이번엔 남녀 비율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 늘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자리는 집행위원장 자리다.
지난 2009년 12월 발효된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집행위원장 선출과 연계하도록 규정, 집행위원장 직선제 효과를 가미했다.
이에 따라 각 정치그룹은 이번 선거 때 집행위원장 후보인 '슈피첸칸디다텐'으로 불리는 대표후보를 선정해 선거를 총괄토록 했다.
이번 선거 결과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로는 이번 선거에서 제1당을 차지한 중도 우파인 유럽국민당(EPP) 그룹의 만프레드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이 거론된다.
하지만 집행위원장 후보는 유럽의회에서 전체 의원의 과반수(376명 이상) 동의를 얻어야 공식 선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그룹 간 연대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다른 정치그룹 후보에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제2당을 차지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그룹에선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을, 제3당을 차지한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LDE) 그룹은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 등을 각각 슈피첸칸디다텐으로 선출해 선거를 치렀다.
집행위원장 후보가 결정되면 나머지 빅4 인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EU 정상회의가 슈피첸칸디다텐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하는 것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의무사항은 아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미 EPP 소속으로 독일 출신인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반면에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등 일부 정상들은 슈피첸칸디다텐 제도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만찬 회동에 앞서 각 정치그룹 지도자들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차기 EU 지도부 구성에 관해 의견을 나누며 주요국 정상들도 개별적으로 별도접촉을 갖고 차기 EU 지도부 인선에 대해 조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날 EU 정상들의 만찬 회동은 차기 EU 지도부 인선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의미와 함께 탐색전의 성격이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내달 20~21일 정례 정상회의를 가질 계획이어서 그때까지 EU 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이 활발한 물밑 접촉을 통해 집행위원장 후보를 비롯해 주요 EU 지도부 인선의 윤곽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정상회의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결정해 추천하면 유럽의회는 오는 7월 본회의를 열어 집행위원장 인준투표를 하게 된다.
한편, 지난 23~26일 실시한 유럽의회 선거에선 EPP 그룹이 180석으로 제1당을 유지했고, S&D 그룹이 146석, ALDE 그룹이 109석으로 각각 제2, 제3당을 차지했다.
또 녹색당(Greens) 그룹이 69석을, '유럽 보수와 개혁'(ECR) 그룹 59석, '국가와 자유의 유럽'(ENF)그룹 58석,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의 유럽'(EFDD) 그룹 54석, 좌파그룹(GUE/NGL) 39석, 기타 37석을 각각 얻었다.
ECR과 ENF, EFDD 등 3개 그룹은 반(反)난민, 반(反)EU를 내세우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들로 분류된다. 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이들 3개 그룹이 하나의 정치그룹을 구성할 경우 의석수는 171석으로, 유럽의회 내 제2당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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