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오늘 시작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전직 대법관 박병대·고영한과 법정서 대면
민변·참여연대 '두눈 부릅 사법농단 재판 시민방청단'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정식 재판이 29일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직 대법관의 1회 공판을 개최한다.
올해 2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넘겨진 이후 107일 만이다.
재판은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앞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재판받은 곳이다.
정식 재판부터는 피고인들이 모두 법정에 나와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직 대법관도 오늘 처음 법정에서 마주한다.
첫 재판에서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낭독하고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이 의견을 진술한다.
검찰은 각종 재판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모두 47건의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옛 사법부 수뇌부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 등 역점 사업에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협조를 얻고자 당시 정부가 관심을 두던 재판에 개입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기소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은 2월 보석 심문에서 "검찰이 조물주처럼 공소장을 창조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 바 있다.
검사들이 법원에 대한 '이해력 부족' 상태에서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도 내놨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측도 재판 준비절차에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라고 다퉜다.
재판부는 31일 열릴 2회 공판까지 변호인들이 동의한 서류증거를 조사한 뒤 6월부터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 2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들 가운데 핵심 증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26명을 우선 채택했다.
재판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
양 전 대법원장 등과 함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은 이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재판 1심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이 참여하는 '두눈 부릅 사법농단 재판 시민방청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함께 근무했던 법관이 전·현직 법관을 재판하는 상황에서 공정성이 보장되려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뤄지지 않자 시민방청단을 꾸렸다.
첫 재판에는 약 30명이 방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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