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타임스 "국민 절반이상은 팔'계, 2국가 해법 후퇴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서방의 중동 안보정책 핵심축인 요르단이 미국의 친이스라엘적 행보 탓에 서방 및 아랍 동맹국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요르단은 미국과 영국, 사우디의 오랜 동맹이지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계이기 때문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등 친이스라엘 노선을 강화하면서 압둘라 2세가 분노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미국이 조만간 공개할 예정인 중동평화안을 놓고 압둘라 2세의 참모들은 "만약 새어 나온 내용이 정확하다면 국왕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작성한 중동평화안은 사실상 팔레스타인의 요구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요르단이 확고하게 지지하는 2국가 해법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요르단 소식통은 "평화안은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아랍 젊은이를 테러리즘에 빠져들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고 공정한 해결안 없이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강경책도 역효과를 냈을 수 있다고 더 타임스는 분석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요르단이 카타르 봉쇄와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는 2년 전 카타르의 친이란 정책과 테러리즘 지원을 이유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과 함께 국교를 단절하고 인적·물적 교류를 봉쇄했다.

그러나 요르단은 최근 사우디의 오랜 경쟁국인 터키·카타르와 대화를 시작했으며 이란과도 미묘한 교섭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압둘라 2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공동대응하는 데 합의했다. 두 사람이 만난 시기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우디 정부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두고 설전을 벌일 때였다.
압둘라 2세는 지난달 한 걸음 더 나아가 카타르 에미르(군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에게 '양국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란 혁명 40주년을 축하했다.
더 타임스는 2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와 중동평화안에 대한 반대는 경제불황에도 국왕이 지지를 유지하는 열쇠라고 분석했다.
요르단은 310억 파운드(약 46조6천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최근 빵 구매 보조금을 삭감했다. 여기에 실업률은 18%에 달한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