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은퇴 얘기 꺼낸 박한이…영구결번, 은퇴식도 불가능
박한이, 음주운전 적발된 후 은퇴 결정…구단은 "안타까운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먼저 은퇴 얘기를 꺼낸 건 박한이(40)였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 관계자들은 그의 결정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말릴 수가 없었다.
박한이는 27일 오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당일 오후에 대구 구단 사무실을 찾아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박한이는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 말 2사 후 대타로 등장해 끝내기 안타를 쳤다.
자녀의 아이스하키 훈련을 지켜본 뒤 지인과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한 박한이는 27일 오전 자녀의 등교를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귀가하는 길에 접촉사고가 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했다. 박한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박한이는 곧바로 구단에 보고했고, 삼성 구단도 KBO에 박한이의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신고했다. 박한이는 오후에 아내와 함께 구단 사무실을 찾아 구단 관계자와 면담했다.
구단 관계자가 박한이에게 징계 수위와 절차 등을 설명하려 하자, 박한이는 "가족과 상의했다.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며 "구단과 팬에 정말 죄송하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박한이는 19년 동안 한 구단에서 뛴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안타까웠다"라면서도 "은퇴를 말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박한이는 2001년 입단해 2019년까지, 19시즌 동안 삼성에서만 뛰었다. 우승 반지도 7개(2002, 2004, 2005, 2011, 2012, 2013, 2014년)나 손에 넣었다.
그는 무려 16시즌(2001∼20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치며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로 불렸다. 19시즌 동안 2천174개의 안타를 친 그는 이 부문 KBO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박한이도, 삼성도 은퇴 시점이 다가온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박한이는 2018시즌이 끝난 뒤 개인 세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삼성과 재계약했다.
당시 박한이는 "한 팀에서 오래, 즐겁게 뛰는 것도 선수가 누릴 수 있는 행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박한이가 은퇴하면 당연히 은퇴식을 열고, 영구결번(33번)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불명예 은퇴로 은퇴식을 치르고, 영구결번의 영예를 누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박한이가 그라운드로 돌아올 유일한 길은, 충분히 반성한 뒤 지도자가 되는 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도자로의 복귀에 대해 얘기를 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올해 3월 30일 삼성은 두산 베어스와의 대구 홈경기에서 '박한이 데이' 행사를 열었다. 당시 삼성 팬들은 '박한이 가면'을 들고 응원했다
구단 관계자는 "박한이가 은퇴할 때까지, 그를 주인공으로 한 팬 서비스 등을 더 많이 펼치고자 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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