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대연정, 유럽의회선거 부진에 '빨간불'…기후정책 강화될듯
사민당 참패로 대연정 지속에 불안감 커져
기민당,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불만에 대응 미숙' 진단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대연정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로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대연정의 주축 정당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소수파인 사회민주당이 저조한 성적표를 남겼기 때문이다.
26일 치러진 선거에서 기독민주당은 22.6%, 기독사회당은 6.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기민당은 5년 전 유럽의회 선거보다 득표율이 7.4% 포인트나 떨어졌다. 기사당은 1.0% 포인트 올랐다.
사민당은 15.8%의 득표율로 5년 전보다 11.5% 포인트나 떨어지며, 녹색당에 2위 자리를 내줬다.
녹색당은 이전 유럽의회 선거보다 9.8% 포인트 오른 20.5%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날 공영방송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 녹색당 상황실은 환호성으로 넘쳤지만, 사민당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기민·기사 연합도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나, 그나마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기민당 대표가 선거 소감을 발표할 때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사민당은 전날 73년간 정권을 잡아 온 브레멘(州) 지방선거에서도 기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줘 더욱 궁지에 몰렸다.
이에 따라 사민당 내부에서는 개혁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대연정 유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은 2017년 총선에서도 참패하자 제1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좌파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으나, 대연정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
사민당은 이날 지도부 회의를 통해 향후 선거를 진단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한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오피니언에서 사민당의 대연정 탈퇴로 메르켈 시대가 끝날 수 있다면서 조기 총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에너지부 장관 등 일부 내각 인사들에 대한 대체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기후변화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자 사민당이 주장해온 탈원전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석탄발전의 대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았고, 산업의 중추인 자동차의 경우도 친환경 시대로의 전환을 크게 서두르지 않았다.
메르켈 정부는 올해 초 정부와 정당, 환경단체, 학계로 구성된 탈석탄위원회를 통해 2038년까지 탈석탄화를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여전히 기후변화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직전에는 기민당의 기후변화 등에 대한 정책을 비판한 유명 유튜버의 영상이 큰 인기를 끌어 기민당이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기민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한 결과,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을 정책적으로 따라가지 못한 점을 지목했다.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벌이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집회 등에서 경각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 정책 등에 대한 대응이 미숙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사민당도 이탈표의 상당수가 녹색당으로 흘러 들어간 만큼, 기후변화 등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로베르트 하벡 녹색당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유럽의회 선거에서 얻은 뜻밖의 결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조치에 대한 토론에 힘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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