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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생각해본 적 없다"던 마크롱, 유럽의회선거 참패로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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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생각해본 적 없다"던 마크롱, 유럽의회선거 참패로 기로
극우진영의 정권 심판론 주효…엘리제궁 "그리 나쁘지 않아" 애써 의미축소
집권 3년차 평가서 포퓰리즘 진영에 패배…국내과제·EU 개혁론 타격 불가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79년 이래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았던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1위를 내줌에 따라 향후 국정과제 추진과 유럽연합 개혁 구상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대선과 총선을 석권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마크롱의 '약발'이 2년만에 수명을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포퓰리즘 성향의 국민연합(RN)이 24∼24.2%를 득표해 1위를, 마크롱의 중도성향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는 22.5∼23%의 득표율로 2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크롱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의 의미에 대해 "1979년 첫 선거 이래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말해온 터라 이번 선거에서 RN에 대한 패배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1일 9개 지역일간지와 공동인터뷰에서 그는 RN이 집권당을 이기고 승리하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까지 단언했지만, 유럽 전역에 불어닥친 포퓰리즘의 열풍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7년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에게 참패하고 한 달 뒤 총선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RN은 당명을 전투적 이미지가 강했던 '국민전선'에서 바꿔 달고 극우 이미지를 탈색시키는 이미지 변신에 어느 정도 성공한 끝에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RN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젊음과 '마크롱 심판'을 내세우며 선전한 것과 반대로 집권당 LREM은 현 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율로 타격을 입은 채 선거운동에서도 난맥상을 노출했다.
RN은 출구조사에서 자신들의 1위를 확인하자마자 이번 승리의 의미를 '마크롱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거부'로 규정하고 곧바로 공세에 나섰다.
RN의 유럽의회 선거 1순위 후보로 유럽의회에 진출하게 된 20대 '신예' 조르당 바델라(23)는 "프랑스인들이 마크롱에게 겸손하라는 선명한 메시지를 줬다"면서 "그와 그의 정치를 (유권자들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애써 집권당의 2위 소식을 평가절하하는 모습이었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투표 종료 이후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물론 실망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유럽연합 선거에서 집권세력의 성적과 비교해보면 꽤 괜찮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RN(당시 '국민전선') 이미 1위를 했었고, 당시 국민전선의 득표율 24.9%와 비교하면 이번 선거의 RN의 예상 득표율이 그에 못 미치므로 집권당으로서는 '선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집권 3년차를 맞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프랑스 유권자들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어 선거 결과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년 전보다 10%포인트나 오른 52%로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마크롱으로서는 이번 선거의 패배로 향후 국정과제 추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마크롱은 6개월 넘게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에서 표출된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유류세 인상 백지화, 최저임금 인상, 소득세 인하 등 기존의 정책구상과 배치되는 대책들을 줄줄이 내놓은 바 있다.
또 최근에는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구상에 대해 '국민투표 가능' 결정을 내려 경제정책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인 민영화 플랜에 타격을 입었다.
유럽연합의 결속력 강화와 유럽 공동 최저임금제 도입 등 마크롱의 EU 개혁 구상도 이번 선거 결과로 더욱 어두운 전망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런 구상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자로 꼽히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로부터 냉랭한 시선을 받고 있다.
그나마 마크롱에게 희망이 남아있는 것은 프랑스 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최근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소비와 투자의 실물지표가 개선되는 등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엘리제궁은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를 애써 부정하면서 기존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미 실업률과 구매력 등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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