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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 재건] ① 유럽시장 개척 '첨병' 현대포워드호 승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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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운 재건] ① 유럽시장 개척 '첨병' 현대포워드호 승선기
내년 4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앞서 아시아∼유럽 노선 '길 닦기'
친환경·고효율 선박 적기 확보로 경쟁력 강화·수익성 개선 기대
"대형 화주 신뢰 회복하고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 고민하는 단계"


[※ 편집자 주 =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국 해운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다. 글로벌 선사 간 치열한 경쟁 속에 세계 7위, 국내 1위 한진해운이 침몰하자 국내 2위 현대상선[011200]도 위태로운 게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수출 물량의 99%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 산업인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는 인식 하에 지난해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국적 제1 선사 자리를 물려받은 현대상선은 이를 바탕으로 작년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마쳤다. 내년 4월부터 차례로 선박을 인수하는 현대상선은 유럽·미주 노선에 이들 선박을 투입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미주 노선과 함께 글로벌 선사들의 각축장인 유럽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한국 해운의 미래를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로테르담·함부르크=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올 스테이션, 올 스탠바이!(모든 선원, 각자 위치로!)"
지난 20일 새벽 2시 30분(현지시각). 엘베강을 거슬러 독일 함부르크항으로 향하던 현대포워드호(號) 선내가 입항준비 명령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명령이 하달되자 선원들은 신속하게 각자 위치로 이동해 입항 준비에 들어갔고, 선내에는 전날 새벽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을 출항할 때와 같은 긴장감이 다시 감돌았다.
배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선교(브릿지)에서는 유대석 선장과 입항을 돕는 독일 도선사(파일럿) 2명이 창밖을 주시하며 주변 선박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엘베강은 독일 최대 항구도시 함부르크의 물길답게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에도 크고 작은 선박이 끊임없이 오가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반대 방향으로 초대형 크루즈선 한척이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불을 밝힌 한 터미널에는 'CMA CGM'이라는 영문 표기가 선명한 프랑스 선사의 컨테이너선이 하역·선적 작업 중이었다.
함부르크항은 북해에서 엘베강을 거슬러 50㎞가량 내륙으로 들어와야 나온다. 엘베강은 폭이 400∼500m 사이다.
현대포워드호는 길이 294m, 너비 32.2m, 높이 52.5m 규모로, 선박을 세우면 63빌딩(274m)보다 크다.
63빌딩을 눕혀 엘베강에 띄운 뒤 시설물과 선박을 피해 터미널에 안전히 접안시켜야만 본업인 컨테이너 하역·적재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릿지는 입·출항 때만 되면 초긴장 상태가 된다.
전날 새벽 2시 30분. 로테르담항에서 화물을 싣고 출항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불고불 이어진 물길을 빠져나오느라 배를 천천히 운항하면서 진행 각도를 조금씩 틀어 90도 커브, 180도 선회 등 묘기에 가까운 동선을 그리고 나서야 배가 북해로 들어섰다.
출항 24시간 만에 엘베강을 거슬러 목적지인 함부르크항 유로게이트(Eurogate) 터미널에 다다르자 현대포워드호는 속도를 줄였다. 강폭이 250m에 불과한 물길을 지나 좀 더 넓은 공간이 나오자 180도 선회한 뒤 엔진을 끄고 다시 후진해 터미널에 접안했다.
이 과정에서 선미와 선수에 고출력 예인선(터그 보트)이 한 대씩 붙어 선박을 천천히 밀어 부두에 붙였다.
선원이 내려 '첫 줄'을 터미널 부두에 고정하는 것으로 접안이 완료됐다.
유 선장은 접안을 마쳤다는 무전 보고를 받고서야 긴장을 풀고 "접안이 잘 돼서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입출항 때가 아무래도 가장 신경이 곤두선다"며 "물 위에서는 작은 돌발상황이라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접안 과정에서 배가 손상되거나 선원이 다칠 가능성도 있어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내년 4월 유럽 노선에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투입…"수익성 개선 기대"
현대포워드호는 현대상선이 작년 4월 개설한 아시아∼북유럽 노선(AEX)에 투입된 4천6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선박 11척 중 한대다.
운항 기간이 77일인 AEX 노선을 11대 선박이 차례로 돌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씩 기항지에 정박하면서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한다.
현대포워드호는 한 달 전 부산을 출항해 중국 상하이, 닝보, 대만 가오슝, 홍콩, 싱가포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뒤 로테르담, 함부르크에 닿았다. 이 배는 함부르크를 떠나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들른 뒤 다시 싱가포르 방향으로 항해를 이어간다.
주로 한국·중국·대만 등 아시아 생산기지에서 만든 제품이 유럽으로 나가고, 독일의 정밀기계, 네덜란드의 꽃·유제품 등이 아시아 지역으로 실려 나간다.
사실 현대포워드호는 초대형 선박의 각축장인 유럽 노선에 최적화된 배는 아니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이 노선에 1만3천TEU급 이상 선박을 대거 투입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수익을 뽑아내고 있다.

현대상선이 AEX 노선을 연 것은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오는 2만3천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유럽 노선에 투입하기 위한 포석 성격이 짙다.
2만3천TEU급 선박은 지금까지 어떤 선사도 가져보지 못한 초대형 선박이다. 현대포워드호와 비교하면 5배의 컨테이너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다.
배는 커지지만, 연료 소모량은 기존과 비교해 그리 많이 들지 않는 고효율 선박으로 지어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현대상선은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도 설치된다.
머스크, MSC 등 수백 대의 선박을 보유한 글로벌 선사들은 환경규제를 앞두고 빠른 의사결정이 힘들어 스크러버 장착 대신 2배가량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하는 상황에 몰리는 등 환경규제로 인한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적기에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유럽 현지에서도 현대상선의 2만3천TEU급 컨테이너선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로테르담항 터미널 운영사 RWG의 홍보 담당자나 함부르크항 터미널 운영사 유로게이트 관계자 모두 "내년 현대상선의 2만3천TEU급 선박이 우리 터미널을 이용하게 되길 기대한다"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접안에 필요한 터미널 시설과 화물 처리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함부르크 항만 당국도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입항에 문제가 없도록 준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의 해운 관계자들은 전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물량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국내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최덕림 현대상선 독일법인장은 "AEX 노선 운영을 통해 글로벌 대형 화주들은 이미 현대상선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 많은 화주가 2만3천TEU급 선박의 장점을 잘 알고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물량을 채우는 차원이 아니라 부가가치 높은 화물을 유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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