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위협' 미국 맞서 중국·이란 부쩍 가까워져"
양국 외무장관 회담 개최 이어 '이란산 원유 중국행' 소문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이 중국과 이란에 '공동의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중국과 이란이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맞서 이란을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왕 외교부장은 "중국은 미국의 일방 제재 등에 결연히 반대하고, 이란이 정당한 권익을 지키는 것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굳건히 지키고, 유엔의 권위와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에 화답하듯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계기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 외무장관이 만난 같은 날에 중국 유조선 '퍼시픽 브라보'호는 2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싣고 페르시아만을 출발했다고 SCMP는 전했다.
SCMP가 인용한 탱커트래커닷컴 자료에 따르면 중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퍼시픽 브라보'호는 지난 2일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를 강화한 후 처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선적한 주요국 선박이다.
미국은 이달 2일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 8개국에 지난 6개월간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과 관련한 제재 유예를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정보 업체인 리피니티브 아이콘의 선박 이동 자료를 바탕으로 추적한 결과 유조선 '마샬Z'가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1만3천t의 이란산 연료유를 중국 저우산(舟山) 인근 항구에 하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양국의 협력 강화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격화시키는 상황이 낳은 것으로, 중국과 이란은 미국을 '공통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15년 맺어진 JCPOA에서 탈퇴한 후 이란에 대해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을 겨냥해 항공모함 전단과 공군 폭격기 부대를 중동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관세 폭탄'을 맞은 것은 물론, 화웨이 등 중국의 기술기업에 미국이 전방위 제재를 가하면서 '기술 굴기'라는 야심이 꺾일 처지에 놓여 있다.
이란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모센 샤리아티나는 "중국과 이란은 미국이라는 공통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과 이란의 협력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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