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예술가' 뱅크시 이번엔 베네치아서 노점 펼쳐
베네치아 경찰에 쫓겨나…운하 벽에선 난민 소녀 그림도 발견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정체를 숨기고 전 세계 도시의 거리와 벽에 그라피티(낙서처럼 그리는 거리예술)를 남기는 것으로 유명한 예술가 뱅크시가 이번엔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이 한창인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무허가 노점을 차렸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뱅크시는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 노점을 설치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푸른색 코트와 갈색 중절모, 검은색 목도리를 착용한 남성이 무허가 노점을 차리는 과정이 담겼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영상 속 남성은 거리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채 무심한 듯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노점에 내걸린 작품은 대형 유람선이 작은 곤돌라들을 밀어내고 베네치아 운하를 통과하는 모습을 9개의 캔버스에 나눠 그린 유화다.
그러나 영상 속 베네치아 시민들은 이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급기야 경찰이 다가오더니 "여기서 나가야 한다. 여기 머물 수 없다"며 이 남성을 쫓아낸다.
뱅크시는 영상 속 남성이 자신인지, 누군가 9점의 그림 중 일부라도 사 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단지 그는 인스타그램에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노점을 차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예술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한 번도 초청된 적이 없다"고 적었다.
지난 11일 공식개막한 제58회 베네치아비엔날레는 11월까지 계속된다.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뱅크시는 세계 곳곳을 돌며 아무렇게나 방치된 벽이나 건물 등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작품을 남긴 후 사라지기 때문에 뱅크시의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온 후에야 거리에 아무렇게나 그려진 그림이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그는 베네치아에 흔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그가 베네치아 경찰에 쫓겨난 이후 낡은 운하 벽에서 보라색 구조연막탄을 든 난민 소녀를 그린 벽화가 발견됐다.
아직 뱅크시의 공식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에 이 작품의 사진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뱅크시의 팬들은 그의 작품임을 확신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는 기존 예술계의 권위와 상업주의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지난해 10월 소더비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 '소녀와 풍선'이 104만2천 파운드(약 15억원)에 낙찰되는 순간 미리 장치해둔 분쇄기를 작동시켜 작품을 분쇄해버렸다.
뱅크시는 사건 하루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액자에 분쇄기를 설치하는 모습과 낙찰 직후 그림이 잘려나가는 영상을 올려 사건이 본인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파괴의 욕구는 창조의 욕구이기도 하다.-피카소"라고 적었다.
그러나 뱅크시의 '행위예술'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작품은 절반만 분쇄됐고, 낙찰자는 그림을 그대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술 전문가들은 이 사건으로 오히려 작품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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