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의회 개원 첫날…옥중당선 카탈루냐 의원들도 등원
2017년 독립 추진했다가 '반역죄' 기소…경찰 호송받고 등원해 헌법준수 서약
극우정당 의원 24명도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초 등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의 조기 총선으로 구성된 새 의회가 21일(현지시간) 개원했다.
옥중당선된 카탈루냐 독립진영 의원 5명이 구치소에서 석방돼 경찰의 호위 속에 등원해 자신들이 저항했던 스페인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했다.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초로 극우 정당 의원들도 의회에 등원했다.
AFP통신과 일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2017년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추진했다가 반역죄로 기소된 오리올 훈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 등 4명의 하원의원과 1명의 상원의원이 법원의 사전승인을 얻어 이날 등원했다.
이들은 개원 첫날인 이날 경찰의 호송차로 의회에 나와 소속당 의원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등원했고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헌법 준수 서약을 했다.
훈케라스 의원은 "공화주의에 대한 신념에 근거해 나는 정치범으로서 법적 의무에 따라 (스페인 헌법 준수를) 약속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헌법은 이들이 추진해온 자치주의 분리독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헌법 준수 서약은 다소 모순적이다.
2017년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할 당시 스페인 정부는 헌법 155조를 발동, 카탈루냐 자치의회를 해산하고 자치정부의 자치권도 박탈했다. 이 조항은 중앙정부가 헌법을 거스르거나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옥중당선 의원들이 헌법 준수 서약을 할 때 극우정당 복스(Vox) 소속 신인 의원 24명은 일제히 책상을 손으로 내려치며 조롱했다.
복스(Vox)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카탈루냐의 독립 추진에 대한 반대를 주도하면서 돌풍을 일으켜 스페인 민주화 이후 극우 정당으로서는 최초로 하원의원을 배출했다.
기성 정당들은 구속기소 된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치인들의 의정 수행을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하원 운영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5명의 옥중당선 의원들의 의원직을 정지시킬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카탈루냐 소수정파를 제외하고는 국민당(우파), 시민당(중도)은 물론 사회당(좌파)과 복스(극우)도 모두 이들의 의정활동 수행을 반대하고 있어 의원직 정지가 확실시된다.
정부 구성 전까지 임시 총리직을 수행 중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자신의 재집권을 위해서는 카탈루냐 의원들의 의원직 정지가 유리하다.
산체스의 사회당은 하원 전체 350석 중 절반에 못 미치는 123석을 얻었는데, 옥중당선 의원들의 의원직이 정지되면 재적인원 자체가 줄어 카탈루냐 정파의 협조가 없이도 다른 세력을 규합하면 재집권이 가능한 상황이다.
상·하 양원은 이날 의장도 선출했는데, 하원의장에는 카탈루냐 분리독립 진영과 연결고리가 있는 카탈루냐 출신 정치인이 뽑혔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17일 파격적으로 카탈루냐사회당 소속 메리트셀 바테트와 미구엘 이체타를 각각 하원과 상원의장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이때 스페인 정부는 "모든 스페인 국민의 화합과 공존, 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이라고 설명, 두 사람의 지명이 카탈루냐 측에 대한 유화 제스처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후 강성 분리주의 정당 ERC는 총리가 추천한 상원의장 후보 이체타를 거부했고, 하원의장에는 이날 바테트가 그대로 선출됐지만, 상원의장에는 철학자 출신인 마누엘 크루즈가 뽑혔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