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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베네수엘라 美제재 여파 가시화…주유하러 '1.6㎞ 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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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베네수엘라 美제재 여파 가시화…주유하러 '1.6㎞ 긴 줄'
제2도시 마라카이보서 주유난…일부 운전자 24시간 기다려
"PDVSA 생산능력의 10∼15%만 생산"…정치적 교착상태 해소 요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의 제재 여파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를 본격적으로 덮치고 있다.
산유국에서 주유소마다 기름을 넣으려는 긴 줄이 형성되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제2 도시인 마라카이보에서는 긴 차량 행렬이 여러 주유소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AP통신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거의 24시간을 기다렸다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기다림에 지친 일부는 트럭 짐칸이나 승용차 위에서 쪽잠을 청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를 기다림을 이어갔다.
전염병 담당 의사인 욜리 우르다네타는 주유 줄을 서는 바람에 교대 근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르다네타는 "휘발유를 넣으려고 4일간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주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우주기술 업체인 맥사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마라카이보 상공을 지나는 위성이 주유소 앞에 1마일(1.6km)이나 줄지어 선 자동차 사진을 촬영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주유 줄을 관리하는 경찰이 돈을 받고 긴 줄을 새치기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주유난은 수도 카라카스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주유소마다 제법 긴 줄이 형성되고 있다.
미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증권회사인 카라카스 캐피털 마켓의 러스 댈런 파트너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베네수엘라를 강타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댈런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석유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희석제 등과 같은 핵심 물질을 수입할 현금이 없다고 지적하며 국영 석유 기업 PDVSA가 총 생산능력 중 10∼15%만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상당량은 타르와 같은 중질유다. 중유를 희석하기 위한 희석제를 수입할 돈이 부족해지자 중유를 희석하지 못한 채 160㎞ 떨어진 정유시설로 옮겨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마누엘 케베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린 산유국 각료회의에 앞서 자국 경제와 석유산업이 미국의 경제 및 금융 포위 작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추진한 후안 과이도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지난 1월 자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또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가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했다.
미국은 시트고 송금 제재로 올해 약 110억 달러 규모의 수익금이 마두로 정권에 전달되지 못할 것으로 추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잇따른 제재가 마두로 정권보다 무고한 일반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미국의 제재가 군부를 비롯해 마두로 정권의 지지자들, 심지어 일부 중도층까지 반미 감정을 자극해 더욱 결집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미국의 제재 등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삶이 더 곤궁해지고 있는데도 정치적 교착상태는 단시일 내에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외교 활동이 활발히 전개됐지만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이틀간 카라카스에서 마두로 정권 측과 집중적인 회담을 진행했고, 동시에 마두로 정부 관계자와 야권 대표들이 노르웨이에서 만났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penpia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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