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까만 강철장벽 만들라…여름에 뜨겁게 달궈지도록'"
국경장벽 디자인 '깨알주문'…끝부분 뾰족·9m 높이로 불법월경 '원천봉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남미 불법이주자들의 월경을 막기 위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콘크리트 장벽 대신 검은색 강철 펜스를 세우고 끝을 날카롭게 만들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진과 국토안보부 관료, 미 육군 공병단에 순(純) 검은색으로 색칠한 강철 볼라드(말뚝) 형태의 펜스를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검은색으로 만들어야 여름에 뜨거운 열을 흡수해 사람들이 붙잡고 올라오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말뚝의 끝부분은 뾰족하게 만들어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이 다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관리는 당초 둥근 금속 원통 모양의 디자인이 승인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날카로운 못이 있어야 더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라며 디자인 변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경 펜스의 높이도 대폭 높였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4.6∼5.5m가 최적의 높이라고 판단했으나, '가능한 한 높게 만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이를 9.1m로 높였다고 한다.
시험 결과 9m가 넘는 장벽 앞에서 이주자들이 대부분 얼어붙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 전직 관리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디자인 변경 요구는 장벽 설치 비용을 더욱 늘어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토안보부 관리들을 갑자기 백악관으로 불러 장벽 건설에 관한 회의를 열고, 새벽부터 전화를 걸어 커스텐 닐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을 깨우곤 했다고 전·현직 관리들이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과 관련해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깨알 관리'한다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육군 공병단장을 수시로 불러 장벽 건설을 논의하면서 '물리적으로 인상적이어야 하지만 미적으로도 만족스러워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닐슨 장관은 장벽 외관에 대한 대통령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더욱 긴급한 국경 현안 처리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여겼다고 국토안보부의 한 관리가 WP에 밝혔다.
이 관리는 "대통령은 장벽이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흉물이 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강철 볼라드가 톱질에 취약하다는 점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이에 국토안보부는 강철 볼라드 내부의 빈 구멍을 아직 공개되지 않은 혼합물로 채워 톱으로 자르기 어렵게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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