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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화웨이…美에 못 파는 게 아니라 美서 못 사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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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화웨이…美에 못 파는 게 아니라 美서 못 사는 게 문제
美, 화웨이 공급망 '정조준'…핵심부품 공급사 92곳 중 美 32곳
美핵심부품 쓰는 통신장비·서버 '직격탄' 전망…제2의 ZTE '악몽'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5G 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華爲)가 미국 기업과 원칙적으로 거래할 수 없는 제재 대상이 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미국 정부는 그간 지배 구조가 불투명한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이 회사의 해외 5G 네트워크망 구축 사업 수주를 집요하게 견제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화웨이는 미국 업체들로부터 반도체 칩 등 핵심 첨단 부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져 향후 정상적인 제품 생산과 영업 활동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미국 정부가 새로 내놓은 조치는 화웨이를 양방향에서 전면적으로 압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새 행정명령을 통해 중국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한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 미국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사실상의 블랙 리스트인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이 조치의 효력은 즉시 발생했다.
일련의 조치로 화웨이는 향후 미국 시장에서 5G 망 구축 등 새 사업을 벌이기 어려워졌다. 또 미국 기업과 거래가 원칙적으로 제한됨에 따라 인텔, 퀄컴 등 업체들로부터 핵심부품을 조달하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 제품을 팔지 못하는 것보다는 미국 기업의 부품을 원활하게 조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화웨이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등에 업은 화웨이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원래 매우 낮았다.
리서치회사 IHS에 따르면 통신인프라 분야에서 화웨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6%였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 점유율은 6%에 불과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분야에서 화웨이가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극히 미미하다.
미국이 정부 분야에 이어 민간 분야까지 화웨이의 사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실제로 화웨이에 줄 수 있는 타격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기업의 제품을 살 수 없게 하는 제재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중앙처리장치인 '기린 980' AP를 개발해 최신 제품에 탑재하는 등 국산화율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화웨이는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의 여러 업체로부터 핵심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화웨이는 작년에 92개의 핵심부품 공급 업체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미국 업체들이 32곳으로 가장 많았다.
따라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다분히 화웨이의 부품 공급망 와해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한 IT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없게 되는 것은 화웨이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화웨이가 최근 집중적인 연구개발로 스마트폰 부품 자체 조달 능력을 강화했지만, 통신장비와 서버의 경우에는 미국 제품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이 분야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핵심 칩 등 많은 미국 부품은 다른 곳에서 대체 조달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극단적인 경우 핵심부품 조달 문제로 생산 라인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5G 기지국 등 이미 수주한 제품을 제때 납품할 수 없게 되고, 기존에 구축한 고객사의 서버 설비 유지·보수도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의 전면적 압박 조치는 미래 전략 사업인 세계 각지의 5G 망 구축 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을 양 날개 삼아 도약하려는 화웨이에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공포는 단순한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 부품 공급 중단으로 인한 충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
미 상무부는 작년 4월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가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면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제재했다. 이로써 ZTE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CPU 등 핵심부품을 조달받지 못하게 돼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이후 미국 정부는 벌금 10억 달러를 내고 4억 달러를 보증금 성격으로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에 예치하는 조건으로 ZTE 제재를 해제하는 '선처'를 한 바 있다.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체포 사태 이후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던 화웨이는 미국의 새 제재로 사실상 '전시 경영' 상태에 돌입했다.
중신건설증권은 지난 3월 펴낸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미국산 구매가 불가능해질 경우에 대비, 핵심부품 채고 물량을 통상 반년 치에서 최대 2년 치까지 미리 확보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미국 상무부가 자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이는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고, 화웨이와 협력하는 미국 회사에 거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화웨이는 시급히 구제 조치를 강구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가 '구제 조치'를 언급한 것은 향후 법적 수단까지 동원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아울러 화웨이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내부 결속'도 강화하는 분위기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계열사인 하이실리콘(海思半導體)의 허팅보(何庭波) 최고경영자는 "수년 전부터 회사는 극한 생존의 상황을 가정하고 언젠가 미국의 선진 칩과 기술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라도 고객에게 지속해 서비스할 수 있게 준비해왔다"며 "오늘 역사적인 선택에 의해 우리가 준비한 비상용 타이어를 사용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한편, 화웨이가 미국 부품을 사들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이날 중국 증시에서 중국 반도체 칩 관련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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