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삼각형 건축 선보여…주유엔 한국대표부도 설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6일(현지시간) 102세로 타계한 이오 밍 페이(貝聿銘)는 미술관과 박물관 설계에서 단연 선두에 섰던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다.
그는 가장 유명한 프랑스 파리 루브르미술관의 피라미드 구조물을 비롯해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동관, 일본 시가현 미호박물관, 중국 쑤저우박물관 등 세계 곳곳에 강력한 기하학적 형태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남겼다.
이니셜인 'I.M. 페이'로 잘 알려진 페이는 1917년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18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펜실베이니아대와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하버드대 디자인 대학원에서는 바우하우스 설립자이자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발터 그로피우스 아래 수학했다.
1955년 자신의 설계사무소를 설립한 페이는 보스턴 존 F. 케네디도서관과 뉴욕 시러큐스 에버슨미술관, 코넬대 허버트존슨 미술관 등을 연이어 설계하며 미국 건축계 중심으로 떠올랐다.
페이는 돌과 유리, 강철,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기능적이고 기하학적인 건물을 선보여 '최후의 모더니즘 건축가'로 불린다. 날카로운 삼각형 형태를 즐겨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8년 완공한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동관은 초기 대표작으로 꼽힌다. 사다리꼴의 난해한 대지에 2개의 삼각형 건물을 맞붙게 설계, 독특한 공간감을 만들어낸 작업이다.
페이는 1983년 중국계로서는 처음으로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아 명성을 공고히 했다.
루브르미술관 피라미드 설계에 나선 것도 그즈음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 200주년(1989년) 기념 프로젝트의 핵심인 루브르미술관 재정비 프로젝트를 프랑스인이 아닌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에게 맡겼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만들어진 페이의 피라미드는 완공 즉시 기존 고전주의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관람객을 동원하면서 결국 새 명물이 됐고, 나와 고헤이 등 유명 작가들 전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페이는 대나무에서 입면 디자인을 따온 홍콩 중국은행타워, 싱가포르 게이트웨이 쌍둥이빌딩 등 상업 건물도 다수 설계했다.
페이는 한국과도 여러 인연이 있다.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의 아들 이구는 페이 건축사무소에서 일했으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설계에 참여한 고(故) 이광노 건축가 또한 제자다. 뉴욕의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 청사 설계도 페이 작업이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