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 20살 차' 정대영 "연경이와 올림픽 한 번 더 나간다면"
정대영은 1981년생, 막내 정지윤은 2001년생…"딸뻘인 선수들을 보니 대견합니다"
(진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런던올림픽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에 불이 나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정대영(38·한국도로공사)은 '올림픽'을 떠올리며 7년 만에 진천선수촌에 짐을 풀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훈련을 공개한 16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정대영은 "2012년 런던올림픽 멤버였던 김사니(SBS스포츠 해설위원)와 지금도 자주 연락하는 데 런던올림픽 얘기만 나오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이 귀국해 진천선수촌에 왔을 때도 런던올림픽 때 얘기를 했다"며 "이미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대표팀 합류 제의를 받았을 때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올림픽 본선행에 도움이 된다면' 이란 생각에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정대영이 대표팀에 합류한 건,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한국 여자배구는 4강 신화를 이뤘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아쉽게 패했다.
정대영은 "혹시라도 2020년 도쿄올림픽 본선에 내가 출전할 수 있다면, 그때는 어떤 아쉬움도 남기지 않겠다"며 "김연경과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면 정말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정대영은 "태극마크는 후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대영은 여전히 V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센터로 꼽힌다.
한국 여자배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정대영의 활약상을 영상을 본 뒤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정대영을 대표팀에 뽑았다.
정대영은 21일 시작하는 2019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 2주차 경기를 소화한다. VNL은 총 5주간 열린다.
라바리니 감독은 베테랑 센터 정대영이 2주 동안 실전을 함께 치르면 자신의 배구를 이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대영은 "라바리니 감독님이 나를 '마마'라고 부르신다. 훈련 중에도 베테랑을 예우하신다"며 "대회 출전 일정도 편하게 짜주셨다. (소속팀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님께서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셨는데 실제로 라바리니 감독님과 훈련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라바리니 감독은 V리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가려고 하는 것 같다. 세터들에게는 디그 이후에도 '점프 토스'로 빠르게 공을 올려주는 걸 주문하신다. 대표팀 세터들은 오전 훈련에는 점프 토스만 훈련한다"고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를 설명하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정대영보다 불과 2살이 많다. 정대영은 이제 선수보다 코칭스태프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대표팀 막내 정지윤(18·현대건설)과는 스무 살 차다.
정대영은 "정지윤, 이주아 등 막내들에게 '내가 일찍 아이를 가졌으면 너희만한 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웃으며 "나도 무척 어렸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때를 떠올리면 막내들이 부럽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고 했다.
후배들을 보며 딸을 향한 그리움도 꾹 누른다. 정대영은 "다행히 (초등학교 3학년인) 딸(김보민 양)이 내가 배구 대표팀에 뽑힌 걸 자랑스러워한다. 보민이도 곧 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래서 더 '엄마가 대표팀이다'라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딸이 더 좋아할 수 있게 선수촌 생활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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