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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가고 손편지·이벤트…청탁금지법이 바꿔놓은 스승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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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가고 손편지·이벤트…청탁금지법이 바꿔놓은 스승의날
"돈 대신 정성·아이디어로 선생님 기쁘게"…'분위기 침체' 아쉬움도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 풍경이 확 바뀌었다.
카네이션 없는 스승의 날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학생들은 꾹꾹 눌러 쓴 편지와 깜짝 이벤트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위축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나온다.
14일 광주와 전남 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대표가 교사에게 주는 카네이션만 허용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 해석은 교육 현장에서는 '금과옥조'가 됐다.
개인적으로 교사에게 줄 수 없게 된 카네이션은 손편지가 대체하고 있다.
학급별로 학생 대표가 다른 학생이 쓴 편지를 모아 스승의 날에 깜짝 증정하는 '비밀 작전'이 이뤄진다.
편지를 제본하거나 영상을 제작하는 사례도 있다.
편지지에는 새 학기 이후 2개월여간 지도에 감사하다는 내용에 카네이션 그림이 단골로 등장한다.
일부 학생은 명품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 그림으로 교사들을 웃게 하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급별로 교사에게 상장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항상 웃는 얼굴인 교사에게 '예쁜 미소상'이나 '살인 미소상', 장난을 치거나 고집을 부려도 참아준 교사에게는 '참을 인(忍)상'을 준다.


광주 일선 학교에서는 "손편지나 카드도 받으면 안 된다"는 풍문이 퍼져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손편지 금지는) 사실이 아니다"는 공문을 학교에 보내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교사, 학생 간 프리허그 행사가 지난해 확산했던 '스쿨 미투' 영향으로 취소된 학교도 생겼다.
위축된 현장 분위기에 더해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 학교 구성원 모두가 교육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하자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자는 "교사로 살아가면서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며 "종이 카네이션은 되고 생화는 안되고, 학생 대표가 주는 카네이션만 된다는 식의 지침도 어색하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광주 5개, 전남 81개 초·중·고교는 15일 재량휴업을 하기로 했다.
광주는 2곳이 개교기념일인 점을 고려하면 전남 학교들의 휴업 분위기가 압도적인 가운데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스승의 날 무렵 교사들에게 보내는 일시적인 관심보다는 교권 침해 등으로 떨어진 사기를 끌어 올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3년간 광주 319건, 전남 275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는 2016년 92건, 2017년 163건, 지난해 64건을 기록했다.
전남은 2016년 90건, 2017년 85건, 지난해 100건이었다.
폭언·욕설, 수업 방해가 많았으며 성희롱이나 폭행도 있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이후 스승의 날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지만 안 주고, 안 받는 스승의 날 풍토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는 학부모, 교사의 반응도 많다"며 "편지와 이벤트 등 사제 간의 정을 돈독히 하는 노력이 확산한다면 스승의 날 의미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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