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행사용 쌀 생산지 고대 거북점으로 '낙점'
부싯돌로 일으킨 불에 태워 갈라진 모양보고 2곳 선정
자세한 내용은 '비밀', 종교색 짙지만 고대의식 자체에 의미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이 왕위교체에 따른 일왕 즉위 행사의 하나인 '대상제(大嘗祭. 다이죠사이)'때 신에게 올릴 쌀을 생산할 '사이덴(?田)'을 고대 중국의 '거북점'으로 결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
거북의 등껍질을 태워 갈라진 모양으로 점을 치는 거북점은 발상지인 중국을 포함, 세계적으로 거의 자취를 감춘 지 오래지만 일본은 왕위교체 때 전통적으로 거북점을 쳐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업무 관장부처인 일본 궁내청은 13일 대상제때 신에게 바칠 쌀 생산지를 도치기(회<又대신 万이 들어간 板>木)현과 교토부(京都府)에 두기로 결정했다. 옛부터 전해오는 거북점으로 대상지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궁내청이 설명을 하지 않아 자세한 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
1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거북점을 친 13일 궁중제사를 담당하는 '쇼텐쇼구(掌典職)' 직원 일행이 고대 옷차림으로 왕궁내 규추산덴(宮中三殿)메 설치된 사이샤(??)로 들어갔다. 곧 장막이 쳐지고 궁내청 간부도 장막 밖에서 기다렸다. 일본 거문고와 신악(神?歌)을 연주할 때 부르는 노래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40여분만에 행사가 끝났다.
사이샤 안에서는 부싯돌로 일으킨 불을 벚나무의 일종인 우와즈미자쿠라 나무에 지피면서 대나무 젓가락으로 장기알 모양으로 가공한 거북 등껍질을 덮어 태운다. 뜨거워진 부분에 물을 부어 갈라지는 모양으로 길흉을 판단한다는게 궁내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거북껍질이 어떻게 갈라져서 도치기현과 교토부를 선정하는 근거가 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니시무라 야스히코(西村泰彦) 궁내청 차장이 전했다.
2곳에 제사용 쌀 생산지를 설치하고 각각 '유키(悠紀) 지방(國)', '스키(主基) 지방(國)'으로 부르는게 고대로부터의 풍습이다.
거북점의 실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쇼와(昭和·1926∼1989) 왕의 대상제에 관여했던 기와데 기요히코(川出?彦)의 저서 '제사개설'에 따르면 사이덴 2곳의 후보지 3곳씩을 미리 선정한 후 그중에서 일왕이 2개씩 고른 후 거북점을 친다.
헤이세이(平成) 왕위교체때는 전국의 모든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이 거북점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제사의식에 밝은 사쿠라이 하루오(?井治男) 고갓칸(皇?館)대학 교수는 "어떤 종교의식에도 '비밀스런 일'은 존재한다"고 전제, "실제로 어떻게 선정했는지 당대에는 알 수 없지만 그것도 제사의 한가지 예법"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의식으로 거북점이 현대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 자체가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흥미홉다"는 설명이다.
절차도 복잡하다. 먼저 점을 치는데 쓸 푸른바다거북의 껍질을 확보해야 한다. 궁내청은 작년에 일본 최대의 푸른바다거북 번식지로 알려진 도쿄도(東京都) 오가사와라(小笠原)에 협력을 의뢰했다. 오가사와라에서는 푸른바다거북 보전과 연구, 포획이 이뤄진다.
궁내청은 작년 가을 8마리분의 등껍질을 구입, 도쿄 아라카와(荒川)구에 있는 등껍질 가공장인인 모리타 다카오(68)에게 가공을 맡겼다.
모리타 장인은 에도(江戶)시대부터 6대째 거북껍질 제품을 만들어 팔아온 집안의 후예다. 등껍질을 가로 15㎝, 세로 24㎝, 두께 1.5㎜로 가공한 제품 10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푸른바다거북은 등껍질이 얇아 깨지지 않게 깎기가 어렵다고 한다.
모리타 장인은 의식이 무사히 끝나 "한시름 놀았다"면서 "거북껍질이 잘 갈라졌다면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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