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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사무총장 "정치상황 무관하게 北식량부족에 즉각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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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사무총장 "정치상황 무관하게 北식량부족에 즉각 대응해야"
"대북 식량지원에 당초보다 더 많은 자금 필요…한국정부, 지원 늘려야"
무기개발 전용 우려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활동 강화" 강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광범위한 영양 부족이 전체 연령층의 북한 아동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놓고,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이런 식량 부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 계층의 시급한 식량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전달한 서면 인터뷰 답변에서 "북한 아동 5명 중 1명꼴로 발육저하가 보고될 만큼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식량 지원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슬리 사무총장이 이끄는 WFP는 지난 3월 말부터 2주에 걸쳐 북한의 식량 상황을 평가하는 조사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공동으로 실시한 뒤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 최악이라며, 136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한국에 입국한 비슬리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폭넓게 만나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국 정부의 공여를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한국 방문 직전에 이뤄진 이번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초 향후 3년간(2019∼2021년) 북한 식량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약 1억6천만 달러로 추산했으나, 북한 식량 상황에 대한 최근 평가를 계기로 북한의 식량난 타개를 위해 좀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이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대북 영양사업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45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좋은 출발"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급한 식량 부족을 해소하고, 북한의 영양 결핍을 장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더 많은 (자금)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 지원이 북한의 무기개발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은 어린이와 여성 등 식량 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식량 지원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며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다음은 비슬리 사무총장과의 문답.
-- 북한의 식량사정이 10년 만에 최악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FAO와 함께 발표했다. 새로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식량 상황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가장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어디인가.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즉각적인 식량 요구를 충족시키고, 최근에 이뤄진 영양적 측면에서의 개선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는 만연한 영양 부족이 전 연령층의 어린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아동 5명 중 1명꼴로 신체적, 인지적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육저하를 보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다행히도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만약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런 개선조차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줄이고, 식량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가뭄이나 홍수처럼 점점 심각해지는 자연재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 한국 정부는 2017년 9월 WFP의 북한 모자 영양지원 사업에 45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결정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2년이 지나 북한의 새로운 식량 위기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새로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볼 때, 한국 정부가 과거 약속한 금액보다 공여액이 늘어나야 한다고 보나. 늘어난다면 얼마나 늘어나야 하나.
▲ 향후 3년간(2019∼2021년) 북한 식량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당초 약 1억6천만 달러로 추산했으나, 북한 식량 상황에 대한 이번 새로운 실사를 계기로 북한의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란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17년 대북 영양사업을 위해 제안한 450만 달러는 좋은 출발이지만, 시급한 식량 부족을 해소하고, 북한의 영양결핍을 장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더 많은 지원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 북한은 여전히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무기 실험을 하는 등 도발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 정권이 무기개발에 사용되는 자원을 자국민 식량 수급에 돌릴 수도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한 원조는 결과적으로 무기개발을 돕는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하는데.
▲ WFP라는 인도적 기관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맡기려 한다. WFP의 과제는 배고픈 아이들을 먹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북한의 9개 도에 걸쳐, 약 77만 명의 주민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은 주로 5세 미만의 가장 취약한 어린이와 임산부, 수유부 등이다.
또한, 북한에서 WFP는 식량 지원을 감독하기 위해 정기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상시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도움이 가장 필요한 곳을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줬으면 한다. 우리는 도움이 가장 필요하고, 우리의 지원 효과가 가장 큰 북한의 모든 지역에 접근할 권리를 부여받았다. WFP의 공여자들에게 우리의 식량 지원이 가장 절박한 사람들에게 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대북 식량 지원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WFP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으로의 식량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 대북 식량 지원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행될 것으로 보는가?
▲ WFP가 효과적인 대북 지원 창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WFP는 1990년대부터 북한에서 활동했고, 우리의 대북 지원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0년대에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북 지원의 10배 이상의 규모를 지원했다.
-- 북한 식량 상황에 대한 WFP와 FAO의 이번 실사가 북한의 실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가. 핵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이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지. 이번 실사 동안 북한 당국의 협조는 잘 이뤄졌는가.
▲ 북한 정부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대북 식량 지원을 둘러싼 우리의 모니터 능력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예를 들어, 올해 우리는 북한의 중앙통계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덕분에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최근 실사에서 조사단은 다양한 장소와 이해 관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 받았다.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한 이번 실사는 글로벌 표준에 따라 수행됐고, 평가를 위한 표본의 크기 역시 이번 실사 이전에 가장 최신이던 2012∼2013년 평가의 두 배로 확대돼 정확성이 향상됐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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