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겁주려고 3층 빌라에 도시가스 누출…50대 '집행유예'
배관 자르고 출동 경찰에 라이터로 위협…법원 "자칫 대형폭발 위험"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도시가스 배관을 분리해 새는 가스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50대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가스 방출과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받을 것을 명령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소내용을 보면 경남 한 빌라에 사는 A씨는 지난해 9월 3일 오후 5시 30분께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도시가스 배관을 분리했다.
가출한 뒤 전화를 받지 않는 아내에게 겁을 주려는 목적이었다. A씨는 아내가 전화를 받으면 가스가 새는 소리를 듣게 해줄 요량이었다.
A씨는 가스를 방출한 후 난동을 피우려고 119에 스스로 신고했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경찰관이 먼저 출동해 집에 들어오려 하자, 순간적으로 라이터를 켜는 시늉을 하며 위협했다.
A씨는 결국 경찰관 설득으로 범행을 중단했지만, 7가구가 사는 3층짜리 빌라에서는 약 40분 동안 가스가 방출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아찔한 순간이 이어졌다.
조사결과 A씨는 앞서 병원 응급실에서 행패를 부린 혐의(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상태에서 다시 가스 방출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판에서 "당시 우울증과 뇌동맥 협착 증상 등으로 인지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였고, 특히 방화예비 범행 당시에는 이미 상당한 양의 가스를 흡입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증상이 있고, 방출된 가스를 어느 정도 마신 상태는 인정된다"면서도 "범행 동기와 경위, 119에 신고한 정황, 출동 경찰관에게 보인 피고인 언행 등을 볼 때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칫하면 대형 폭발사고로 연결돼 많은 생명과 재산에 큰 위해가 될 수 있는 범죄인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좋지 않은 건강상태와 가정사 등 처지를 비관해 범행한 점, 이 범행에 앞서 판결이 확정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죄와 함께 판결하는 경우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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