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논문저자에 자녀 허위등재…부실학회에 나랏돈 '펑펑'(종합)
교육부-과기부, 연구부정 대거 적발…대학별 징계 결과도 솜방망이
서울대, 미성년자 공저자 등재·부실학회 참가 최다 '오명'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대학교수가 미성년자 자녀를 논문 공동 저자로 부당하게 올린 연구 부정행위가 대거 적발됐다.
돈만 내면 심사 없이 논문을 발표할 수 있는 '사이비' 학회에 참가한 국내 대학교수가 5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조치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2007년 이후 발표된 논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개 대학의 전·현직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의 1차 검증 결과 서울대 2명, 가톨릭대 2명, 포항공대·청주대·경일대 각 1명 등 교수 7명이 논문 12건에 실제 참여하지 않은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연루된 자녀는 총 8명으로 이 중 2명은 국내 대학에, 6명은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청주대 교수 자녀는 대입에 해당 논문이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서울대 교수 자녀는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다. 교육부는 해외 대학에도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통보했다.
교수들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포항공대 교수는 경고 조치와 함께 국가연구개발사업에 1년간 참여 제한 조처를 받았다. 경일대 교수는 연구비 환수 절차만 진행되고 있고, 청주대 교수는 징계시효 만료로 서면 경고에 그쳤다.
대학의 부실 검증 정황도 드러났다. 대학들은 나머지 논문 127건의 경우, 자녀가 연구에 실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정했으나, 교육부 확인 결과 85건이 검증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85건 중 국가 연구비가 지원된 51건은 과기부·국방부 등 연구비를 지원한 부처가 직접 재검증해 연구비 환수 등 조치를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가 교수 자녀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등재된 전체 논문을 대상으로 추가 살태조사를 한 결과, 56개 대학의 교수 255명이 논문 410건에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조사 때 드러나지 않았던 교수 자녀의 참여 행위가 21건 추가 확인됐다. 교수의 친인척·지인 자녀가 참여한 논문도 22건 있었다.
현재까지 논문 211건에 대한 대학의 자체 검증이 완료됐고, 부정 행위 2건이 확인됐다. 동의대와 배재대 교수는 자녀를 부정 참여시킨 것으로 나타나 각각 견책과 경고 징계를 받았다.
대학별로 보면, 미성년자가 공저자인 논문은 서울대학교(47건)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경상대(36건), 성균관대(33건), 부경대(24건), 연세대(2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교수의 미성년 자녀가 이름을 올린 논문도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교육부는 미성년자 논문이 부정행위로 최종 판정되거나 대입까지 활용된 것으로 확인되면 징계 조처 및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심사 없이 학술대회를 열고 논문 발표 기회를 주는 등 부실학회로 드러난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에 최근 5년간 90개 대학의 교수 574명이 이들 학회에 808차례 참가한 사실을 적발했다.
두 학회에 7회 이상 참가한 교수가 7명이었고 이들 중 5명은 중징계를 받았다.
전북대의 한 교수는 11회 참가해 3천300여만원의 정부 연구비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단국대에서는 교수 2명이 각각 10회, 9회 참가해 정부 연구비를 각각 2천700만원, 2천500만원 사용했다.
2∼6회 참가한 교수가 112명, 1차례 참여한 교수가 455명이었다. 대학들은 1∼6회 참가한 교수 대다수에게 주의·경고 등 경징계만 하거나 아예 징계를 하지 않았다.
와셋과 오믹스 참가 교수를 학교별로 보면, 서울대학교가 42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북대(23명), 전북대(22명), 부산대·중앙대(18명), 연세대·세종대(17명)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대는 교수 외에 학생 등 다른 관계자들도 73명이 두 학회에 참가한 이력이 있었다.
교육부 등 정부 부처들은 와셋·오믹스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된 교수 중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은 473명에 대해 출장비 회수 및 연구비 정밀정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수 미성년 자녀 논문과 부실학회 참석 교수가 다수 있는 대학, 자체 조사 결과 및 징계가 부실하다고 보이는 대학은 다음 달부터 교육부 차원에서 특별 사안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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