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정 서울대 총장 "정시확대 답 아니다…미래인재와 안맞아"
취임 100일 맞아…"중국 칭화대 모델로 창업 지원·재정 확충"
"서울대 당면과제는 신뢰 회복…미세먼지 연구 등 싱크탱크 기능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정시선발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정시는 오지선다형 문제를 푸는 것인데, 이는 앞으로의 인재상에 맞지 않습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0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대학 입시에서 정시선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오 총장은 "정시는 피니시 라인(finish line) 실력만 보는 것인데, 정작 학생들은 출발점이 다르고 가정으로부터 받는 지원 수준도 다르다"며 "하지만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노력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종을 불신하는 국민 정서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정시를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니다"면서 "정시를 더 늘리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술형을 추가하는 등 수능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국회의원 시절 지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 총장은 교육부가 권고한 '정시 30%' 수준은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시 선발인원 30%까지는 '패자부활전' 등의 의미로 수용할 수는 있다"며 "현재 2022학년도 정시선발 인원을 정하는 중이지만, 지금 수준보다 정시 인원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최근 발표한 2021학년도 전형 계획에서 정시모집 비중을 전년도보다 1.7% 포인트 많은 23.2%로 늘렸고 2022학년도에는 정시모집을 더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기존 수능 성적 위주로 선발하던 정시 전형에 고교 교과과정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오 총장은 "같은 1등급이라고 하더라도 과목의 수준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며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충실도와 도전성 등을 정시모집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서울대가 당면한 과제로 '사회적 신뢰 회복'을 들면서 공공성 강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학교에 사건 사고가 잦은데, 근본적인 원인은 서울대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추락"이라며 "신뢰 대신 의혹의 시선이 서울대를 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서울대가 신뢰와 위상,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길은 결국 공공성 강화"라며 "서울대가 미션을 가지고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는 국가 싱크탱크 기능 강화와 인재상 재정립을 들었다.
오 총장은 "서울대의 강점 중 하나가 인적자원"이라며 "연구처 산하의 서울대 미래연구위원회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문제와 인구감소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를 연구과제로 정부에 제안하고, 연구를 수행해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답만 잘 맞히는 인재보다 문제를 제기할 줄 아는 창의적 인재, 혼자만 잘난 사람이 아니라 타인과 공존·상생하는 사람으로 서울대 인재상을 재정립하려 한다"며 "1학년 교양과목 개편을 통해 이 같은 가치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총장은 "재정 확충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도 주력하겠다"며 중국 칭화(淸華)대를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15년 전 칭화대를 방문했을 때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서울대가 쫓아가질 못한다"라며 "칭화대는 일종의 기술지주회사인 '칭화홀딩스'를 만들고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을 거점으로 벤처기업과 협력한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 총장은 "칭화대를 모델로 창업 지원과 벤처기업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창업 지원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동시에 서울대 재정도 확충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AI(인공지능) 밸리', 시흥캠퍼스에 바이오메디컬병원을 조성하고 평창캠퍼스 바이오·먹거리 산업을 활성화해 3개 캠퍼스에서 창업을 추진하는 한편 재정자립도 꾀하겠다고 오 총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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